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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띄우는 편지

입력
200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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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 맞춰 입동과 추위가 어깨동무하고 왔습니다. 사람들의 어깨가 움츠러들었죠. 미국 테러 여파로 가뜩이나 걱정인 여행업계는 죽을 맛입니다.국내여행은 특히 추위에 약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여름에는 아무리 더워도 크게 변화가 없지만, 가을에는 찬바람이 조금만 날카로워져도 예약 취소가 줄을 잇는다"고 합니다. 특히 아이들이 참가하는 캠프류의 프로그램은 개점휴업 상태가 됩니다.

우리의 여행문화는 '휴식'이 주입니다. 가장 중요한 덕목인 '모험'이 빠져 있습니다.

자연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폐쇄된 공간에서 폐쇄된 공간으로의 이동입니다.

강원도 여행을 예로 든다면 서울의 아파트에서 속초의 콘도로 말입니다. 어른은 방에 누워 설악산의 풍경을 바라보거나 술을 마시고, 아이들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돌아오는 게 고작입니다.국립공원 입장객 중 산에 직접 오르는 사람이 1,000명 당 한 명꼴도 안된다는 사실이 우리의 나른한 여행문화를 단적으로 이야기해 줍니다.

아이들이 주로 이유가 됩니다. 수세식 변기가 아니면 용변을 보지 못하고 침대가 아니면 잠을 못 잔다는 것이죠.

그러나 그것은 어른들이 안락하자고 지어낸 핑계일 뿐입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모험적이고 적극적인 여행에 데리고 다녔다면 그럴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편한 여행과 모험적 여행은 같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도 소득이 질적으로 다릅니다.

숙소와 차창 밖의 풍경만 기억되는 여행과 자연의 정기를 호흡하고 그 곳을 속속들이 들여다 본 여행은 추억의 양에서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함께하는 고생은 가족애를 키우는 데도 그만이죠.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에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질 것입니다.

대학입시도 오늘 1막이 끝나고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자유로워질 시간이 옵니다.

별 것도 아닌 첫 추위에 기가 질려 아이를 풍선처럼 칭칭 감을 게 아닙니다. 어깨를 빳빳하게 펴서 자연 속으로 내보내는 것은 어떨까요. 함께 동참한다면더욱 좋고요.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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