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금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애초의 1.7%에서 마이너스 0.9%로대폭 낮춘 것은 뚜렷한 디플레이션 악순환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10월말 일본은행은 성장률이 마이너스 1.2%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내년에도 마이너스 1.1~0.1% 등 2년 연속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어 정부가 뒤늦게 이를 인정하는 셈이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정권은 4월 출범당시 구조개혁을 통한 장기적 경기 회복을 다짐하면서 단기간의 저성장을 각오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0~0.5%의 저성장을 각오했었지, 마이너스 성장을 상정했던 것은 아니다.
올들어 일본 경제는 생산과 설비 투자, 수출과소비, 고용 등 전부문에 걸친 지표가 악화 일로를 걸어 왔다.
기업의 가동률이 전체적으로 떨어져 내리는 가운데 전자분야는 이미 75%선마저 무너졌다. 재고 지수도 115.7로 1차 석유위기 직후인 1975년 이래 28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내각부의 5일 발표에 따르면 9월의 경기 일치지수는 12.5%로 경기판단을 가르는 50%를 9개월 잇달아 밑돌았다.
90년대 중반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일본 경제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든 것은 부실채권 청산 지연에따른 금융불안의 장기화가 근본 원인이며 이미 소비 불황과 가격 하락, 생산·고용 감축이 꼬리를무는 디플레이션 악순환 상태에 들어 서 있다.
정부의 재정투자와 중앙은행의 금리정책 등 대책은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성공, 버팀목인 수출을 지켜 주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7~9월 GDP성장률이 마이너스 0.4%로 나타나고 10~12월에는마이너스폭이 더욱 커지리라는 전망은 마지막 희망마저 무너뜨렸다.
뒤늦게 추경예산 편성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지만 구조개혁의 구호만 무성한 채 실행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일본 경제의 수렁은 깊어만 가고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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