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동전이 길에 떨어져 있다고 하자. 아마 그 동전은 상당히 오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이다.100원짜리, 500원짜리 동전이라면 어떨까. 누가 볼까봐 주위를 살피고 얼른 집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동전을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자동판매기에서 음료수를 빼거나, 공중전화를 걸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다.
그것도 각종 카드가 대신하고 있어 동전은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지난 70년부터 발행된 100원짜리 동전은 10월말 현재 잔액이 4,981억원, 82년부터 선을 보인 500원짜리는 4,975억원에 이른다.
한국은행은 이런 추세라면 두 동전의 발행 잔액이 11월 중 각각 5,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 한 사람이 100원짜리는 106개, 500원짜리는 21개씩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 많은 동전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거스름돈으로 동전을 받으면 주머니가 무겁고 귀찮다며 책상 서랍 등에 넣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동전을 열심히 모아도 결국 손해다. 일부 시중은행은 5,000원 이상을 바꿀 경우에는 교환금액의 2%를 동전교환 수수료로 받는다.
저축을 하려고 해도 잘 받아주지 않는다. 그것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이 은행측의 논리다.
그러다 보니 어린 아이들도 동전을 아주 우습게 본다. 은행이 돼지 저금통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90년대 초 일본에 근무할 때다.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동전 주머니를 가지고 있었다.
3%의 소비세가 붙어 잔돈 거래가 빈번해서 그러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전에도 그랬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100원, 500원짜리 동전 제조비용만도 3,800억원이 들었다. 또 동전 발행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그만큼 돈이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동전 교환 수수료 징수가 한은법 위반 사항일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있다며 반대했지만, 일부 은행은 시행하고 있다.
발권은행인 한은의 법 해석이 틀렸는가.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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