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이 나란히 서 있기도 버거운 좁은 연구실. 실험대 위에 작은 손거울 크기의 도구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여기서 원자를 쏴 보내면, 이곳을 거쳐 저 팔찌 모양의 원형 안에서 최종 응축물이 만들어집니다.”
정지한 원자를 떼어내 나노 부품을 만드는 상상을 하는 사람들.
국내에서 유일하게 ‘보즈-아인슈타인 응축물’(BEC) 연구를 진행 중인 서울대 물리학과 제원호 교수팀이다.
BEC는 1924년 인도의 물리학자 사첸드라 내스 보즈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최초로 이론을 세운 것으로 절대온도 0도(섭씨 영하 273도)에 가까운 극저온에서 생성 가능한 원자들이다.
원자 특유의 움직임이 없어지고 덩어리 전체가 마치 하나의 원자처럼 균일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떼어내서 나노 크기의 물체를 만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제5원소로 불리며 95년 최초로 BEC를 만들어낸 과학자 3명은 올 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고, 극저온 환경을 만들어내는 도구 ‘레이저 쿨링’(Laser Cooling) 발명자는 94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제 교수의 BEC 연구팀이 97년 말 과학기술부 창의연구단으로 선정되기 이전, 이 분야의 국내 토양은 전무했다.
그 때문에 아예 실험기구부터 직접 만들어 내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했다.
“1년 만에 레이저 쿨링을 만들어냈는데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였습니다.”
누비듐 원자를 이용해 BEC를 만들려는 이들의 노력은 거의 결실단계에 와 있다.
“100만 개의 BEC를 얻으려면 10의 10승에 가까운 여분의 원자가 열을 빼앗아 증발해야 합니다. 현재 10의 9승의 여분의 원자를 투입해 성공한 상태지요.”
연구원들은 “기초과학에 대한 천대를 잘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레이저가 처음 나왔을 때 누가 세상을 이렇게 바꿀 줄 알았습니까”라며 성공을 자신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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