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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테러영향 진실과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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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면서] 테러영향 진실과 망각

입력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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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1 테러처럼 세계를 뒤 흔들 만한 사건이 일어날 경우 사회집단의 반응은 다양할수 있다.최대 피해자인 미국은 자신이 입은 정신적 외상을 다양하게 드러내고 있다. 무고한 시민의 죽음에 대한 분노,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집단에 대한 보복조치, 미국적 삶의 방식에 대한 강조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들에게는 아직 테러가 미친 직접적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불투명하다.

세계경제도 지난해 연말부터 지속되어온 미국경제의 침체가 9ㆍ11 테러보다는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어떤 이는 테러의 영향은 세계 GDP의 1% 내의 변동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경제도 현재까지는 그 영향이 미미한 것 같다. 신용카드 업계의 경우 오히려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우리회사의 경우 소비자의 지출성향에 있어서 의미심장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할 정도다.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들도 많다.

기업에 있어서 미래에 대한 확신은 모든 의사결정에 있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 번의 의사결정이 가져 올 영향이 막대할 경우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은 큰 변수로 작용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테러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기업이 미래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는 데에 있다.

투자는 지연되고 대학 졸업자들은 신입사원으로 채용될 기회를 잃는다. 인수합병은 진전되지 않고 예산은 삭감된다.

점진적인 투자위축은 소비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쳐 장바구니는 가벼워지고 상품에 대한 수요는감소하기 시작한다.

영국의 경우 아일랜드 공화군에 의한 테러로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보다는 훨씬적은 사람이 죽었지만 이로 인한 공포와 불안은 더 오래 지속되었던 것 같다.

나는 9·11테러사건 때문에 항공기 등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그리고 정상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경제적 영향은 미미하다고 본다. 사람들은 내면의 세계로 칩거해 들어가기 보다는 어떻게 현실에서의 삶을 헤쳐 나아가야 할 지를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한국의 거리를 활보하는 일반인들의 행동 역시 평상시와 다름없다고 느껴진다. 특히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북한과의 오랜 대치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매우 안전한 나라라고 느껴진다고 생각하고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물론 지난 50년간 군사적으로 경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이 같은 안전을 보장했지만 완벽하게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주한미군의 존재가 오히려 한국을 반미 테러리즘의 잠재적 타깃으로 만들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비밀이나 기밀 보안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한 곳, 회사의 정보가 경쟁업체에 넘겨지는 일이 빈번한 곳, 가게 주인들이 신용카드 사용자의 서명을 확인하지 않는 곳, 카드 비밀번호나 컴퓨터 패스워드가 친구나 아는 사람, 직장 동료 등에게 쉽게 알려지는 나라인 한국은 범죄와 테러가능성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우편과 각종 물품에 보다 엄격한 검사가 요구되면 일상생활에 불편이나 장애가 있을수 있지만 이것이 경제적 행동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업이나 항공업과 같은 분야에서의 영향이다. 그 동안 관광업이 한국에서 엄청나게 수익성 있는 사업은 아니었더라도 내년 월드컵을 맞아 여행객들에게 안전함과 편리함을 확신시켜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국경을 초월하는 다국적 기업의 위협적인 영향력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과 함께 세계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마저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9·11테러나 세계경기의 동반침체와 같은 비극적인 사례를 목격하고있다. 이제 세계화의 진전이 한국인의 삶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때다.

/알란 팀블릭 영국인 마스터카드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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