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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선거위한 정치, 국민위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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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선거위한 정치, 국민위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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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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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민은 의회 덕분에 웃으며 산다"버나드쇼는 영국 정치의 희화성을 이렇게 힐난했다. 한국에서도 언젠가 코미디언 출신 의원이 정계를 떠나면서 의회 행태를 코미디에 비유한 적이 있다.

영국이나 한국이나 의회정치가 코미디의 속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질적 수준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영국이 정도(正道)의 정치를 한다면 한국은 탈선의 정치를 반복하다.

영국에서는 여·야정당이 파트너십을 철저히 지킨다.

정권을 놓고 싸우는 총선에서도 선의의 경쟁과 페어플레이를 중시한다. 영국의회는 여자를 남자로바꾸는 일을 제외하고는 불가능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위세를 부리거나 특권을 남용하지 않는다.

의사당 안에서나 밖에서나 의원들은 상대방의 명예와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은 삼간다. 아무리 감정이 복받쳐도 폭언과 욕설은 피하고 삿대질을 하거나 멱살을 잡는 일도 자제한다.

상대의원을 동물에 비유하거나 인간이하로 폄하하는 표현은 금기다.

한국의 여·야는 상대 당을 적으로 간주한다. 의사당에서 폭언과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일상적이고 다른 의원의 멱살을 잡는 몸싸움도 자주 본다.

외국의 한 TV 방송에 질긴옷을 선전하기 위한 광고에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옷을 잡고당기는 장면이 나온 것이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 정당은 정책대결 보다는 힘의 대결을 선호하고, 완승과 완패를 가르는 제로섬 게임을 고수한다.

그래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적을 패배시키는 마키아벨리즘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당리당략을 위해서는 근거없는 음해성 인신공격과 흑색 선전도 서슴지 않는다.

의정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정치적 테러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한국정치의 또 다른 특징은 선동성이다. 확실한 근거가 없이도 색깔에 이상이 있다고 몰아 부치면 냉전적 사고의 제물이되기 쉽다.

이와중에 수구와 진보의 이념갈등이 고조되고 국론분열이 심화하기도 한다. 지역정서에 따른 편가르기도 마찬가지의 역기능을 조장하고 있다.

민도가 높고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원초적 감정을 자극하는 선동정치는 발을 붙이지 못한다.

단기적으로는 국민을 현혹시켜 박수갈채를 받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부머랑이되어 돌아온다. 50년대 미국 사회를 뒤흔든 메카시즘 선풍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매카시 상원의원은 미국정부와 군부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침투해있다고 주장했다.

이폭탄선언으로 그는 하루아침에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납득할만한 증거를 대지 못해 결국 선동가로 낙인이 찍혀 몰락했다.

재·보선이 끝난 지금 여·야는 폭로정국을 비켜나와 대화국면을 유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선거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야당은 다수의 우위를 이용하여 선거 정국을 사실상 주도하려할 것이고 여당은 이에 끌려다니지 만은 않을 것이다.

구정권의 대부들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것이다. 이렇게되면 그레고리 핸더슨이 말하는 소용돌이의 정치가 되풀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선거는 정치의 수단이지 목적은 아니다. 그러나 여·야의 움직임을 보면 오직 대선을 목적으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러다가는 국정이 온통 여·야의 대선전략에 휘말려 마비되고 개혁이 중단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략가는 다음 선거를 걱정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권은 대권추구에만 그토록 집착할 것이 아니라 경제를 살리고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김호진 고려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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