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신모(41)씨 사형사건에서 드러난 외교부의 총제적 부실로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이 불가피해졌다.야당은 한승수(韓昇洙) 외교부장관은 물론,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 중이고, 국민들도 외교부에 대한 감정이 격앙돼 있어 이 사건을 적당히 덮고 넘어갈 수는 없을 듯하다.
보고 라인의 실무자는 물론, 외교부본부 및 주중 대사관 책임자들의 인책에 관심이 쏠린다.
먼저 1997년 9월 중국측으로부터신씨 체포사실을 통보 받았을 당시 베이징(北京) 대사관의 김문호 외사협력관과 정종욱(鄭鍾旭) 대사 등이 적절히 대처했는지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
이후 1999년 중국측이 1심 재판일정을 통보할 당시 문건을 누락한 베이징(北京) 대사관의 김병권 외사협력관(경찰청 소속), 신봉길 총영사, 권병현(權丙鉉) 대사(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등의잘잘못이 밝혀져야 한다.
재판일정이라도 챙겼다면 이번의 사고를 막을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 신씨와 함께 체포돼 지난해11월 숨진 정모(68)씨의 사망통보를 본부에 보고하지 않은 선양(瀋陽) 영사사무소의 이희준 외사협력관(경찰청 소속)과 장석철 영사의 인책도 거론된다.
이들은 9월25일 받은 신씨 사형 판결문도 누락시켰다.
아울러 지난달 27일 사건이 공론화한 후 사건을 수습하면서 중국측이 통보 문건의 사본을 들이밀자 그때서야 해당 문건을 찾아냈던 김하중(金夏中) 현 주중대사 등 베이징 대사관과 선양 영사사무소 관계자, 외교부의 김경근(金慶根) 영사국장, 최성홍(崔成泓) 차관, 한승수 장관 등의 책임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다.
이들로 인해 대통령까지 잘못된 정황을 근거로 중국측에 유감을 표명했다.
홍순영(洪淳瑛) 현 통일부 장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어 보인다. 홍 장관은 올 6월까지 주중 대사로 재임하고 있었고, 1심 재판일정이 통보된 1999년 1월에는 외교부 장관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정서는 올 2월 ‘ABM 파문’ 당시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사태가 재발되지 않기를바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정히 물어야 한다는 쪽이다. 감사원 특감 등 고강도의 처방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영사업무' 홀대가 망신 불렀다
재외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영사업무는 외교부 내에서 오래 전부터 기피 대상으로 분류돼 왔다.
인력도 부족하고 업무도 많은데다, 골치 아픈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허드렛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능력있고 잘 나가는’ 외교관들은 정무쪽으로 빠지고, ‘백없고 경력 짧은’ 직원들만이 영사업무를 떠맡는 게 관행이다.
외교부 재외국민 영사국장을거친 고위직 인사가 현재 외교안보연구원의 K씨 한사람 뿐이라는 사실은 영사 파트에 대한 홀대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특히 190여개국에서 일어나는 재외국민 관련 사건ㆍ사고를 처리하면서도 외교부 본부 외무관은 3명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중국 선양(瀋陽) 영사사무소는 소장을 포함, 직원이 8명이다. 이들이 중국 동북 3개 성(省)에서 활동하는 2만여명의 한국인 관련 업무는 물론, 연간 10만여건에 달하는 조선족의 비자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영사들이 현지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 현지 관청과의 접촉 등도 원활하지 못하다.
독일 등 선진국들은 영사업무를의전과 함께 외교의 2대 기본업무로 분류한다. 초임 외교관 때부터 반드시 영사업무를 거쳐야 하고, 이 때의 경험을 승진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문서수발조차 제대로 안되는우리 외교의 난맥상을 풀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무 담당 외교관들만이 요직으로 진출하는 풍토가 바뀌어야 한다. 영사업무 등 기본에 충실한 직원들에게 인센티브가 주어지고,해외 영사관에 현지어에 능한 인력을 과감히 채용하는 획기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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