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캐시였을까. 미국의 일반시민으로는 처음 탄저균 테러에 희생된 베트남계 이민 캐시 응구엔(61)씨의 인생 역정이 슬프다.1975년 전화를 피하기 위해 모든것을 다 버리고 고국을 탈출했던 그는 뜻밖에 뉴욕의 병원에서 죽음의 사신과 만났다.
남편과 아들을 모두 잃고 미국의 빈민가에서 홀로 살던 캐시가죽어간 병원에는 아무도 그를 아는 이가 없었다.
뉴욕 맨해튼의한 이비인후과 병원 지하 비품실에서 일하는 응구엔은 지난 주말 감기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다 호흡기 탄저균 감염 사실이 밝혀졌으며 치료를 받다31일 숨졌다.
USA 투데이 등에 따르면 캐시는사이공의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으며, 월맹에 의해 함락 되기 직전 대사관 옥상에서 헬기로 베트남을 탈출했다.
그는 어머니가 교사였으며, 강가에 있는집을 미군 병사들에게 하숙을 줄 정도로 여유롭게 살았었다고 이웃주민들에게 말하기도 했다.
그녀는 15년동안 사우스 브롱스의히스패닉 거주지 아파트에서 홀로 살았다. 직장과 교회, 슈퍼마켓, 세탁소가 다니는 곳의 전부였다.
아들이 있었지만 10년 전 해외에서 자동차 사고로숨졌고, 이혼한 전 남편은 독일에 살고 있다. 베트남과 워싱턴에 친척이 있다곤 하지만 그녀의 집에 들르는 것을 본 주민은 없다.
그렇지만 부드러운미소에 아이들에게 조그만 선물을 주고 베트남 음식을 대접하는 마음씨 좋은 성품이었으며 휴가를 갈 여유조차 없었지만 청구서를 꼬박꼬박 지불했다고이웃집 여인은 말했다.
그녀는 지난 주 금요일 감기가 지독하다며코트를 입고 일을 하면서도 입원할 때까지 탄저균 감염은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고 동료들은 말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런 일이 그녀에게 일어나리라고는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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