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누비는 연기자는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대중이 선호하는 이미지 중심의 배우와 캐릭터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는 연기자다.작품 세계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작가 노희경씨가 집필해 3일부터 방송하는 SBS 새 주말극 ‘화려한 시절’의 중심에 서 있는 박선영(25)은 분명 후자에 속하는 탤런트다.
연출가 이종한PD가 그녀를 캐스팅하면서 준 선물이 하나 있다. ‘스타니슬라브스키 연기론’이라는 책이다.
책 속에 이 PD는 “진정한 배우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써 넣었다. 진정한 배우, 그것은 분명 연기력을 갖춰 캐릭터를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연기자일 것이다.
박선영도 그 말뜻을 이해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웃는다. 그 말이 헛소리로 들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
‘진실’과 ‘엄마야 누나야’ 에서 악다구니 쓰는 개성 강한 역을 무난히 소화해냈는가 하면 ‘날마다 행복해’에서처럼 일상성을 드러내는 캐릭터도 자연스럽게 연기해냈기 때문이다.
시사회와 제작현장에서 함께 만났던 작가 노희경씨는 “박선영씨는 백지 같은 느낌의 연기자다. 늘 새로운 그림을 그리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진지한 자세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1970년대 초반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화려한 시절’은 변두리에 사는 가난한 네 젊은이의 사랑과 삶의 방황을 그렸다.
여기에서 박선영은 철저히 두 가지 대비되는 성격의 캐릭터를 나타내야 한다. 박선영이 맡은 오민주는 미군을 따라 나선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낮에는 화려한 가짜 대학생으로 활동하고, 밤에는 이태원의 술집에 나가는 여성이다.
철저히 이중적인 캐릭터다. “두 가지 인물 모두 다른 작품에서 연기를 해 본 적이있으나 이번에는 한 작품에서 두 가지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내면과 외면적인 분위기를 달리해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오민주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선영은 연기할 때와 일상에서 만날 때의 모습이 사뭇 다르다. 강원 홍천강에서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당찬 연기를 하는 등 녹화 때는 매몰찬 구석을 보이지만 시사회 때 화면 속의 자신의 모습이 나오자 얼굴을 못 들고 수줍어 한다.
“아무리 자신 있게 연기를 했어도 늘 부족한 면만 보인다. 부족한 점을 고치다 보면 함께 출연하는 박원숙 박근형 선생님 같이 되지 않겠느냐”며 반문한다.
95년 KBS 슈퍼 탤런트로 연예계에 입문한 뒤 드라마에만 줄곧 출연하고 있는 그녀가 작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캐릭터이다.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의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 가장 좋다고 했다.
시사회가 끝나고 커피를 마시던 박선영은 “ 드라마 ‘화려한 시절’이 끝나고 연기자로서의 ‘화려한시절’이 시작됐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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