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한글도 이해 못하는 봉인 줄 아는 모양이에요. ‘시민주도 축구단’과 ‘시립구단’이 어떻게 같은 뜻이 되나요….’대구시민들은 요즘 무척 화가 나 있다. 시측이 시의회가 지난달 지역연고 프로축구단 창설과 관련,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 시민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시의회 조사결과 ‘시민(연고기업 등)주도 구단 창단’찬성률이 30.1%로 ‘시주도(시립구단)’찬성률(20.1%)보다 높게 나왔다.
그러나 시는 ‘시민 주도 창단도 결국 시 주도’라고 엉뚱하게 해석, 시민절반 이상이 시립구단 창단에 찬성했다고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한 시민은 “혈세가 투입되는 시립구단 창단의 찬성여부를 물었다면 결과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며 “공적인 범죄행위나 다름없다”고 질책했다.
■ 연구용역까지 멋대로 조작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전국의시ㆍ도 단체장들이 민감한 지역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주민 여론조사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있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거나 왜곡해 단체장의 독단적 결정에 대한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속임수 행정’이 전국적으로 만연해 주민들의 비난과 대책마련 요구가 높아가고 있다.
대구시는 연구용역까지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다. 시는 구단 창단에 대해 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자 시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대구경북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해 5년 내에흑자 전환이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6개 프로축구구단의 연간 입장수입은 상위권 3개는 7억8,000만원, 하위권은 1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는 용역을 통해 5년간 연평균 입장수입을 15억원으로 계산하는 등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 ‘이ㆍ통장 여론은 주민여론’
충남 천안시도 예외가 아니다. 시는 최근 시청사 이전 후보지 선정과 관련, “폭넓게 여론 수렴 결과 불당동 지지도가 67.5%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사 대상자가 이ㆍ통장으로 국한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사기’라며 강력 반발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시는 유명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다시 실시한뒤 “정밀 조사 결과 불당동이 52.2%에 달하는 것으로 나왔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 결과에 대해 경합지역인 청수동 등 천안시 동남부 지역주민들은“불당동을 후보지로 내정한 상태에서 실시한 조사는 들러리일 뿐”이라며 시장퇴진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 범시민적 감시 나서야
경기 고양시 백석동 옛 출판문화단지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된 최근의 여론수렴도 분당 백궁ㆍ정자지구 여론조작의 재판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고양지역 시민단체인 연대회의가 여론조사 찬성률을 실사한 결과, 상당수가 조작됐거나 여러 표에서 동일필체가 나타나고 사업과 무관한 내용이 ‘찬성’을 바뀐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단국대 최봉수(崔鳳秀ㆍ행정학)교수는“주민여론을 무시하고 조작하는 단체장들의 행태는 지자제 발전을 가로막은 결정적인 장애물”이라며 “신뢰성높은 여론조사기관을 선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하도록 범시민적 감시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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