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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Biz / CEO의 결단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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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 Biz / CEO의 결단력

입력
2001.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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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올해 초 발간된 ‘CEO의 결단력’은 금융ㆍ증권 부문이 결딴나고 산업도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의 문제를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으로 풀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책이다.일본공업신문사가 100대 주요 기업 최고 경영자에게 모범으로 삼는 기업인을 앙케트해 20명의 베스트 CEO를 선정, 그들의 경영철학을 다뤘다.

국내 번역된 이 책은 이들 20명을 다룬 전 3권 중 첫 책으로 소니의 모리타 아키오, 혼다의 혼다 소이치로, 캐논의 미타라이 다케시 등 7명의 CEO를 그들을 그림자처럼 보필했던 측근 참모와 다른 기업 경영자들의 인터뷰 등을 통해 분석한다.

이른바 ‘쇼와(昭和)시대의 영웅들’로 불리는 이들의 경영 성공사례야 그간 너무 많이도 들어온 것이어서 뻔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IT산업 중심의 글로벌 경제 시대에 낡은 인물들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다른 것은 시대에 구애받지 않는, 그들의 위기 국면에서의 결단력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들이야말로 당대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일에 독창적 아이디어로 과감하게 도전한 ‘벤처 기업인’이었다는 시각이다.

미국 테러사건 여파로 설상가상의 지경에 빠진 한국의 CEO들에게 자극이 될 만한 내용이다.

샤프의 창업자 하야카와 도쿠지는 1950년 엄청난 불황으로 회사 문을 닫을 위기에 몰렸다. 방법은 단 하나, 구제 금융을 받는 길이 있었지만 거기에는 전체 사원 절반의 정리 해고라는 은행 측의 단서가 붙어있었다.

하야카와는 차라리 도산을 택하려 했고 이에 감동한 노조의 자발적 희망 퇴직자 모집으로 회사는 되살아났다.

이후 퇴직자들을 다시 받아들였음은 물론이다. 이후 50년간 샤프는 단 한 번의 인원 정리도 급료 삭감도 없는 회사가 됐다.

소니의 창업자 모리타. 워크맨을 처음 만들 때 대다수 사원들은 “팔릴리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모리타는 “만약 3만 개도 안 팔린다면 회장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언했다.

괴상한 일본식 용어인 ‘워크맨’이라는 이름에 대한 반대도 많았지만 모리타는 “젊은 사람들이 쓸 것이니까 괜찮다. 영어가 아니라면 에스페란토어로 여기면 된다”며 밀어붙였다. 이후 20년 간 워크맨은 전 세계에서 2억 개가 팔렸다.

‘경영의 신’으로까지 추앙받았던 마츠시타 고노스케는 워낙 결단을 내리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그러다 보니 한번 한 결정을 순식간에 뒤집기도 잘했다고 한다.

그래서 후계자였던 데릴사위가 보다 못해 “왜 그렇게 조령모개(朝令暮改)하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그러자 마츠시타는 “너는 군자표변(君子豹變)이라는 말도 모르느냐?”고 답했다. 결단의 순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양욱 일본문화연구소장이 번역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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