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나주시 노안면에서 무 3,000여평을 재배하고 있는 김모(65)씨는 요즘 한숨만 늘어간다. 올 가을 가뭄으로 말라가는 무 밭에 날마다 물을 줘 가며 재배했으나 팔릴 기미조차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지난해 이맘때는 벌써 10여명에 달하는 중간 상인들이 마을을 찾아와 무 밭떼기 거래를 했으나 올해는 한 사람도 찾는 사람이 없다.
김씨는 “여기 저기 수소문해 보니 배추는 한 포기에 100원, 무는 평당 1,500원에 거래 된다는 소문만 들었다”며 “인건비도 안돼 그냥 썩일 수 밖에 없다”며 허탈해 했다.
무와 배추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31일 현재 무ㆍ배추시세는 서울 가락시장 기준으로 무 1㎏에 195원(5톤트럭기준 97만5,000원) 배추 1㎏ 175원(5톤트럭 기준 87만5,000원).
한 달 전에 비해 반 이상 떨어진 가격으로 봄 가뭄으로 5톤트럭1대 분에 700만~800만원까지 치솟았던 올 여름과 비교하면 8배 가량 폭락한 것이다.
상인들은 “봄 가뭄으로 제때파종하지 못한 고랭지 재배 농가들이 7월에 대거 파종하면서 김장배추와 출하시기가 겹쳤고, 김치냉장고 등의 보급으로 김장철이 실종돼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생산비는 커녕 트럭 당 100만원 가량인 도매시장 출하비용에도 못 미치는 가격때문에 산지에서는 거래가 끊긴 지 오래다. 미리 밭떼기로 계약된 물량마저도 중간상인이 계약금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4만평 규모로 고랭지채소를 재배하는 경북 영양군 영양읍 무창3리 권태흠(權泰欽ㆍ50)씨는 “시세가바닥인 배추 꼴도 보기 싫어 2,000평을 이미 트랙터로 갈아 엎었고 나머지 배추 4,000평과 무 1만평도 때를 봐서 갈아 엎을 것”이라며 “인근 채소재배 농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농민단체 관계자는 “수급예측에 실패한 정부에 대한 분노와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진해 밭을 갈아 엎은 규모가 2,000~3,000톤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김종구기자
so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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