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30일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의 북부 전략요충지인 마자르-이-샤리프에 전폭기 등 95대를 동원,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단행했다.도널드 럼스펠드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을 방문한 제프 훈 영국 국방부 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아프간 북부에 소수의 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이들은 반군세력인 북부동맹을 지원하고 공습을 유도하는 연락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혀 지상군 투입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그는 지상군의 규모와 소속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으나 “2차 대전이나 한국전, 걸프전 당시 보유했던 정도의 지상군이 아닌 것은 사실이나 그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고위소식통들은 “본격적 지상전이 수일내에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전초부터 전면전을 주장했던 토미 프랭크스 중부군사령관이 최근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잇따라 방문, 군사작전을 협의한 것도 지상전이 임박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날 폭격이 북부동맹과 탈레반의 전선에집중된 것은 미 지상군의 주 타깃이 바그람과 마자르-이-샤리프가 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탈레반의 전차와 대공포, 지휘사령부 등에 공격이 가해진것도 진격시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북부동맹의 압둘라 외무부 장관도 “최근 며칠사이 미국과의 협력체제가 크게 증대되었다”고 말해 미군과 북부동맹의 공동 지상적전을 시사했다. 북부동맹이 최근 카불 북부전선에 일급 전투병력 수백명을 재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럼스펠드 장관은 “북부동맹의 대대적인 공격계획을 알고 있으나 공격시점은 그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미군의 지상작전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칠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텔레그래프는 30일 미국이 겨울철에도 산발적인 공습과 특수부대가 간헐적인 작전을 벌인뒤 내년 봄 대규모 재래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해 장기전이 불가피함을 예고했다.
한편 압둘 살람 자이프 파키스탄 주재 아프간 대사는 31일 "미군이 아프간내에 전진기지를 구축하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항의지를 밝혔다. 탈레반은 이날 3주에 걸친 미군의 공습으로 모두 1,500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정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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