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우리는 애니메이션강국 일본보다 먼저 극장용 풀 3D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로봇애니메이션 ‘철인사천왕’이다. 그 존재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흥행은 참패였다.오랜만에 극장용 국산 3D 애니메이션이 관객을 찾아간다. TV시리즈로 MBC와 일본 도쿄 TV를 통해 방송됐던 ‘미래전사 런딤’이 10일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긴다.
‘아크’ ‘리니지’‘로보트 태권V’를 제작하는 디지털드림스튜디오(DDS)의 ‘런딤:네서스의 반란’(RUN=DIM)이다.
2050년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로봇조종사다. 강력한 펄스의 소유자 박주노는 아버지의 희망대로 ‘네서스’의 로봇조종사로 선발된다.
네서스는 핵폐기물 불법 폐기로 이득을 취하며 세계 정복의 야욕을 꿈꾸는 비밀단체.
국가간 장벽이 사라진 지구의 평화를 유지하는 ‘그린 프론티어’에 의해 번번히 계획이 좌절되자 네서스는 강력한 핵무기를 개발한다.
‘런딤’은 애니메이션 답다. 할리우드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에 비해 ‘촌스럽다’는 인식이 강했던 국내 애니메이션의 수준이 상당히 향상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규모 로봇 전투신, 거대도시가물에 잠기는 장면 등 3D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만들어내는 화면은 어색하지 않다.
모션캡쳐로 캐릭터의 동작을 만들어냈고, 직접 개발한 ‘립싱크와 페이셜’기술로 입술은 대사에 맞추어졌다.
사이버배우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파이널 환타지’처럼 캐릭터를 인간으로 착각할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하지는 않지만.
‘그린프론티어’의 대장 강두타를 주축으로 스토리를 끌어갔던 TV시리즈와는 달리 ‘네서스’의 신참 로봇조종사 박주노에 초점이 맞춰진다.
초등학생들을 타깃으로 삼았기 때문일까. 스토리는 단선적이다. 선과 악의 명확한 대립, 그리고 선의 승리.
‘네서스’로부터 버림받은 박주노가 옛 동료를 버리고 ‘그린프론티어’에 합류하는 과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의 심리적 갈등을 묘사하는 데 인색했기 때문이다. 이야기보다는 전투신의 나열에 더 신경을 쓴 것 같다.
‘스머프’ ‘타잔’ 등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던 한옥례 감독은 “어린 아이들이 즐겁게 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지만, 어린이들의 시각에서 보아도 스토리가 단순하다.
로봇들의 생김새가 비슷비슷해서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점도 관객을 답답하게 만든다.
카메론 디아즈나 에디 머피가 ‘슈렉’에 목소리 출연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높였듯이, ‘런딤’에는 김정현과 소유진이 출연한다.
‘그린프론티어’의 대장 강두타역의 김정현은 캐릭터에 잘 녹아있는 목소리 연기를 했지만, 대원 유미라역의 소유진은 다소 튀는 감이 없지 않다.
엔딩곡은 이상민이 작곡하고 유승준이 불렀다.
이정근 DDS 대표는 “실질적으로 장편 애니메이션 창작이 오랜만에 이뤄졌다”며 “‘런딤’은 우리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하청 위주에서 창작 위주로 바뀌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런딤’은 작품 그 자체보다 그것이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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