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찐한 첫 맛…깔끔한 뒷맛 '에스프레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찐한 첫 맛…깔끔한 뒷맛 '에스프레소'

입력
2001.10.31 00:00
0 0

맛이냐, 멋이냐. 적어도 에스프레소(Espresso) 커피 앞에서는 이런 구분이 통하지 않는다.순하면서도 농축된 커피 본래의 맛과 예쁜 노천카페에서 앙증맞은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홀짝 들이키는 멋. 가을 에스프레소에는 이 모든 것이 함께 한다.

에스프레소는 커피 원두를 강한 압력의 수증기로 증류해 만드는 방식의 커피를 말한다.

독한 기운과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짜릿한 뒷맛이 한 잔 커피 속에 담겨 있다. 그 맛은 최소 20분 이상 지속된다. 기분 좋은 중독의 느낌이다.

물론 아직도 에스프레소는 그렇게 대중적인 커피는 아니다. 첫 모금의 지독한 향취를 심지어 "구정물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에스프레소의 맛에 반한 사람들은 “다른 커피는 커피 같지도 않다”고 말할 정도로 극단의 애호심을 표현한다. 그들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은 문화를 마시는 것”이라고 자랑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커피는 분위기를 내기 위한 도구였다.

고즈넉한 카페에 앉아 조용한 대화와 여유를 즐기는 시간에 한 잔의 커피는 장식품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커피는 맛이다. 자판기 밀크커피나 다방커피의 단 맛은 더 이상 개성이 발휘되지 않는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맛에 반한사람들은 “에스프레스 속에는 커피 그 이상의 것이 있다”고 말한다.

서울 청담동에서 박영덕화랑을 운영하는 박영덕(45)씨는 에스프레소의 맛을 ‘쨍하다’고 표현한다.

‘진한 맛’이라고 하기에는 그 설명이 충분치 못 하다는 것이다. 그는 1988년 파리에서 처음 접한 에스프레소 맛에 반해 이제는 자신의 사무실에 기계를 갖추고 매일 즐길 정도가 됐다.

박씨는 “원두를 가는 순간의 향기와 깔끔한 뒷맛은 에스프레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홍윤화(26)씨 역시 진하면서도 깊은 에스프레소의 맛에 반한 경우. “3년 전 처음 마실 때에는 약을 먹는 것 같았다. 너무 독한 맛에 위장에 구멍이 나는 것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운한 맛에 반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직접 만들어 먹고 싶다는 생각으로 안달이 날 정도다.”

홍씨는 온몸이 짜릿해지는 에스프레소의 끝 맛에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스프레소 열풍 이면에는 ‘세련된 느낌을 준다’는 분위기 점수도 한 몫 한다.

매끈한 흰색 도자기 잔에 담아 훌쩍 마시는 모습에서도 세련된 유럽풍의 분위기가 풍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지의 노천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국내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것.

최근 에스프레소를 알게 된 대학원생 하승원(30)씨는 “솔직히 아직도 에스프레소의 참 맛은 모르겠다. 삼겹살과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 비춰볼 때 아마도 세련된 사람들이 마시는 모습을 따라 하는 측면이 많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에스프레소 애호가는 강렬한 맛 뒤에 찾아드는 여백의 느낌에 열광한다.

서양화가 도윤희(40)씨가 에스프레소를 처음알게 된 것은 1990년대 초. 그녀는 “에스프레소의 향과 정제된 느낌에 반해 1994년부터는 기계를 갖추고 직접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순간 만큼은 100%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시간이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유로운 시간과 함께 하는 에스프레소의 매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에스프레소의 진한 여운은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처럼 온몸에 감겨든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맛과 멋에 산다. 에스프레소는 그 둘을 동시에 느끼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음식’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에스프레소 맛 즐기려면

에스프레소(espresso)라는 단어는 이탈리아어로 ‘빠르다’는 의미.

일반 원두 커피의 추출 시간이 1~2분 이상인데 반해 에스프레소 커피는 22~25초 사이의 짧은 시간에 액을 뽑아내야 한다.

순간적으로 추출하는 방식 때문에 카페인 양은 적은 반면 향과 맛은 강하고 ‘찐’한 것이 특징이다.

에스프레소는 또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다.

강한 맛의 원액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도 있지만, 우유나 거품 등을 넣어 카푸치노, 카페라떼등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맛을 느낄 수도 있다.

최근 자바, 스타벅스 등의 커피전문점에서 다양한 에스프레소를 내놓고 있다. 특히 자바는 초콜릿과 생크림의 감미로운 맛이 에스프레소와 어우러진 카페모카와 거품상태의 우유가 곁들여진 카페라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에스프레소를 직접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커피메이커와는 다른 기계가 필요하다.

커피 전문점에서 에스프레소를 제조하는 기계는 1,000만 원이 넘는다. 일반 가정에서 갖추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에스프레소 커피메이커는 14만~18만원대.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는 3인용이 3만 9,000원이다. 압구정동 토스테리아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에스프레소는 압력을 이용해 커피액을 뽑아내기 때문에 시간, 온도 등을 맞추는 데 주의해야 한다.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보통 1인용으로 6~7g의 에스프레소용 원두를 넣어 만든다.

맛을 유지하는 가장 큰 비결은 ‘필요할 때마다 만들어 먹는다는것’.

자바커피 한동욱 과장은 “원두를 너무 가늘게 갈면 구멍을 막아 원액이 잘 우러나오지 않고, 가는 시간이 부족하면 싱거운 맛이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