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을 사형시켜야 한다.’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최후의 억제수단이다.’ 여야의원 154명이 30일 ‘사형폐지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따라 사형제 폐지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이들 의원과 종교계, 시민단체 등은 법안 제출을 크게 환영한 반면, 법원, 법무부와 일부 학자 등은 ‘시기상조’라며 경계론을 소리 높여 사형폐지 논란이 국민적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 사형은 ‘임의적, 인권침해’
의원 154명은 이날 “사형 폐지 대신 법원이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를 선고할 경우복역 개시후 15년 내에는 가석방이나 일반ㆍ특별 사면, 감형 등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선고를 함께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의 사형폐지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폐지론자’들의반응은 매우 뜨겁다. ‘사형제도 폐지 범종교연합’ 공동대표 이창영(李昌永) 신부는 “사형은 형벌이 아니라 또 하나의 살인이며 인간 존엄을 명시한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서울변협 박찬운(朴燦運) 변호사는 “최근 10여년간 사형폐지 국가가 현저히 늘어났고 유엔 인권위원회도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감형이나 가석방이 없는 종신형 신설을 사형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 사형폐지운동 협의회’ 회장 이상혁(李相赫ㆍ66)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72년 이후 80여명이오판으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정적제거 등 정치적 목적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吳昌翼) 사무국장은“이번 기회에 사형제를 없애 생명존중 문화를 정착시키고 진정한 민주 인권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형은 '필요악’
법무부와 검찰, 법원 등 ‘존치론자’들의 입장은 사뭇 다르다. 사형은 아직은 존재해야 할 ‘필요악’이라는 것이 그들 주장의 요지.
법무부는 이날 공식성명을 통해“사형은 교화나 일시적 격리로만 해결할 수 없는 흉악범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형벌수단으로 강력한 범죄억제력을 지니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도 사형제도는 합헌임을 결정한 바 있다”고 반대론을 폈다.
법무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흉악범에만 사형을 내렸을 뿐 남발한 적은 없으므로 폐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도 범죄억제와 국민 법 감정상 폐지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희대 이시윤(李時潤) 국제법무대학원장은 “아직 사회기강 및 윤리의식이 건전하게 성립되지 않아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국회통과 불투명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여야는 이날 사형폐지를 논의했지만,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국민적 토론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자유투표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신중론과 반대론이 만만치 않아 이를 당론으로 수렴하기까지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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