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축제까지 겹쳐 온 산하가 가을 축제의 꽹과리 소리에 휩싸여 있습니다.불과몇 년 사이에 우리의 축제는 양적으로 폭발할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나라에서 직접 나서서 상을 차리기도 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너도나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통틀어 1년에 500개가 넘을 것 같습니다. 관련 당국도 추정만 하지 정확한 수를 집계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대한민국은 '축제의 나라'입니다.
흥겨운 잔치판이 많다는 것은 분명 흐뭇한 일입니다. 먹고 살기가 그만큼 풍요로워졌다는 이야기죠.
그러나 워낙 많다 보니 행복하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예산소비형 축제와 생색내기용 축제입니다.
지난 봄 2001 제주세계섬문화축제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참담하게 실패한 축제였죠. 섬문화축제는 수년 전에도 열렸습니다.
그 때에도 별로 성과가 없어 조직위원회가 해산했고 이후 열리지 않았죠. 그런데 2001 한국방문의해를 맞아 부활했습니다.
나라에서 30억 원이란 거금을 내놓은 것이 발단이었습니다. 제주도와 사업자가 각각 30억 원씩을 부담해 총 90억 원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수익은 고작 15억 4,000만 원. 약 75억 원이 바닷바람에 날아갔습니다.
홍보와 행사진행 등에서도 허술한 점이 많아 비판도 많이 받았습니다. ‘있으니까 쓴다’는 전형적인 예산소비형 축제입니다.
생색내기용 축제는 주로 지자체장들의 과욕에서 비롯합니다.
‘내가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때 무엇인가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억지춘향격의 행사가 되죠.
도저히 축제의 주인공이 되지 못할 소재, 포장만 요란하고 내용은 거의 없는 프로그램, 부족한 인프라 등이 방문객을 오히려 고통스럽게 합니다.
그래서 한번 열렸다가 슬그머니 사라져버리는 축제도 부지기수입니다. 물론 돈도 슬그머니 사라져 버립니다.
지난해 서해안의 작은 포구에서 작은 생선을 소재로 축제를 열었습니다.
어부들은 고기를 잡고 아낙들은 회를 썰었습니다. 홍보도 성공적이어서 축제 기간 내내 방문객이 줄을 이었습니다.
들리는 바로는 마을 주민들이 평생 만져보지 못할 거금을 벌었다고 합니다. 이름도 없던 작은 포구가 서해안의 명소가 된 것은 물론이죠.
무릇 축제는 이래야 하지 않을까요. 주민이 주인이 되어야 하고 주민의 주머니에 보탬이 돼야 합니다.
주민의 관심 밖으로 떠도는 축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합니다. 축제의 양이 아니라 질이 문제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절반 이상의 축제는 없어지거나 고쳐져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축제의 나라’가 아닙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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