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보건당국,노동계 등이 또 건강보험재정 ‘통합ㆍ분리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거대 야당으로 부상한 한나라당이 내년 1월로 예정된 건강보험재정 통합을 백지화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지난 26일 국회에 전격 상정하면서 통합론과 분리론이 팽팽히 맞서 갈등양상까지 빚고 있다.
통합을 전제로 건보재정대책을 세웠던 보건복지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고,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입장에 따라 각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 직장 ‘찬성’, 지역 ‘반대’
이 소식이 알려지자 건보 가입자의 49%를 점하는 직장가입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직장 가입자는 소득이 고스란히 파악되지만, 자영업자(지역가입자)는 소득 파악률이 27%에 불과해 재정이 통합될 경우 직장 가입자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회사원 이모(35)씨는 “자영업을하는 한 친구의 경우 소득은 나 보다 많으면서도 보험료는 적게 내고 있다”며 “통합될 경우 이 현상이 고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지역가입자들은“보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고루 누리려면 반드시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노동계 등도 찬반논란
노동계와 시민단체 사이에도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29일 “직장인은소득이 그대로 드러나는 반면 자영업자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앞으로도 자영업자의 소득을 알아낼 마땅한 방법이 없는 만큼 통합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실업자 증가에 따른 가입자 자격 변동으로 지역과 직장을 오가는 가입자가 전체의 19%나 될정도로 왕래가 잦기 때문에 재정 통합이 효율적”이라며 분리 법안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건강복지사회를 여는 모임은 “통합으로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게 되면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분리를 지지한 반면, 참여연대는 “분리운영은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고 저소득층이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혜택을 감소시킨다”고 주장했다.
■ 복지부, 정치권 움직임 촉각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지난해 7월 이미 건강보험 조직을 통합했고 올 5월에는 재정 통합을 전제로 건강보험 재정대책까지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재정이 분리될 경우 재정대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 하고, 2006년 재정 흑자 전환 목표도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어 정치권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합이든, 분리든 정치권이 하루라도 빨리 확실하게 결정을 내려줘야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분리될경우 파장과 부작용은 책임질 수 없다”고 소리높였다.
사태가 이쯤되자 한나라당은 29일 “충분히 논의를 거치겠다”고 밝혀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분리강행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여 이를 둘러싼 파열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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