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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선'끝내고 '오버더 레인보우' 준비 이정재 "또다시 사랑에 빠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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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수선'끝내고 '오버더 레인보우' 준비 이정재 "또다시 사랑에 빠지렵니다"

입력
2001.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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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자."이정재(28)는 11월 9일 시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흑수선’(감독 배창호)에 출연하면서 이렇게 다짐했다. 왜 초심이고, 그에게 초심이란 무엇일까.

배우 이정재에게 배창호 감독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존재이다.

1995년 드라마‘모래시계’와 보디가드 백재희의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정재는 ‘배우’란 또 하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가능성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배창호 감독이었고 영화 ‘젊은남자’ 였다.

이제 한물 갔다고 생각했던 배창호 감독이 자신의 새로운 감각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대사’ 없는 보디가드 이정재를 멋진 배우로 빚어낸 영화이기도 했다.

그 의미를 잊을 이정재가 아니다. 그래서 충무로 자본을 거절하며 ‘러브스토리’ ‘정’을 만들었다가 ‘높은 벽’만 실감하고 돌아온 배창호 감독에게 이정재는 먼저 “내가 출연해도 되겠느냐”고 제의했다.

오랜만에 재회한 두 사람. “우리 ‘젊은 남자’처럼 다시 해 보자”고 다짐했다.

이정재는 “연기를 점검하고, 멜로 이미지를 바꿀 수 있고, 나의 지명도로 감독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흑수선’의 오 형사는 ‘모래시계’ 이후 꾹꾹 눌러두었던 그의 강한 캐릭터를 요구한다.

연쇄 살인사건 속에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의 비극을 담은, 김성종의 소설‘최후의 증인’이 원작인 ‘흑수선’에서 그는 남북분단과 한국전쟁의 비극이 스며 있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한다.

액션 연기는 언제나 자신이 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피해 왔을까.

“한가지 이미지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백재희 캐릭터가 너무 강해 그것을 빨리 씻어내고 싶었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나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잘 안 되는 것부터 먼저 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멜로 영화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였다. “후회는 없다”고 한다.

흥행성 높은 몇 작품은 일부러 거절했다. 흥행작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주연 배우가 이정재란 이유 때문에, 거기에 맞춰 손질을 하면 좋은 영화가 더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연기 폭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을 골랐다.

‘태양은 없다’ 와 ‘순애보’에서 그는 색깔이 전혀 다르고, 정서가 정반대인 두 젊은이의 애환과 외로움과 일상을 만났다. ‘선물’에서 슬픔을 감춘 피에로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에 비하면 액션 연기쯤이야. 쉬울 줄 알았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멋있게 폼만잡게 내버려둘 배창호 감독이 아니었다.

오 형사는 그런 단순한 인물이 아니었다. “사건을 짊어지고 가야 하고, 관객에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켜 주면서, 내 캐릭터도 살려야 하고, 짧은 시간에 역사적 비극을 드러내면서 ‘사건 해결’이란 마지막 출구까지 찾아야 했다. 표정이 중요한 액션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 힘든 출구를 막 빠져 나온 그가 다시 사랑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아직도 못다한 사랑이 있어서일까. 11월 중순부터 촬영에 들어갈 ‘오버 더 레인보우’(감독 안진우)에서 부분적으로 기억을 잃어 버린 기상 캐스터 진수 역이다.

‘선물’이 “처음부터 울자”고 했다면, ‘오버 더…’는 슬픔이 잔잔히 젖어드는 영화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마지막 장면이 너무 좋았다.”

상대인 사랑을 잃어버린 여자 연희 역은 ‘소름’의 정진영. 같이 연기하기는 처음이다. 그 동안 경험을 통해 그는 안다.

액션물과 달리 남녀의 감정 흐름이 생명인 멜로영화야말로 배우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도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매력있는 여배우다. 그 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어떻게 하면 영화가 좋아지는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배우는 분명좋은 배우다. 아니,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그의 말처럼 “나이가 더 들면 연기가 짙고 깊어지는” 좋은 배우가 될 것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흑수선’의 오 형사보다더 강한 캐릭터. 이정재는 이렇게 배우로서 자신의 모습을 하나하나 다듬어가고 있다.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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