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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분야 유럽연구소 연구원 2人 "세계 최고 자부심에 의욕 넘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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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과학분야 유럽연구소 연구원 2人 "세계 최고 자부심에 의욕 넘쳐요"

입력
2001.10.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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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과학의 두 축인 생명공학과 나노기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유럽 선진 과학의 원동력인 두 연구소를 찾아 연구개발 전략을 살펴보고, 그 핵심에서 뛰고 있는 과학자들을 만나봤다.■伊 EMBL 로젠탈 박사

이탈리아 로마 EMBL(유럽 분자생물학 연구소)에서 만난 동물세포 발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나디아 로젠탈(48) 박사는 정열에 넘쳐 있었다.

그는 20여 년간의 연구를 통해 근육세포의 분화ㆍ발달 과정을 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차원에서 정확하게 밝혀낸 성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가 미국 매사추세츠병원 연구원과 하버드 의대 교수직을 등지고 로마에 온 것은 EMBL 5개 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연구소의 신임 소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을 떠나 유럽을 택한 이유를 “국가간협력의 탁월성에 매료돼서”라고 말했다.

“EMBL의 전체 예산은 하버드대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질적인 면은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국가간 협력이 유럽 과학 발전에 큰 효용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그가 맡고 있는 EMBL 이탈리아 연구소는 쥐를 이용한 유전자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유럽 각국의 연구자들에게 실험용 유전자 조작 생쥐를 제공하는 EMMA(유럽 생쥐 돌연변이 연구소)와 한 구역에 있어 유기적인 연계가 원활하다.

그는 EMBL의 연구성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근 우리 연구팀이 생쥐의 ‘감정 유전자’를 발견했는데 이것을 제거할 경우 물 속에 빠져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새끼도 돌보지 않게 됩니다. 자폐증 등의 원인이 되는 인간 유전자 연구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임기제한이 없는 종신직으로 유럽의 동물유전자 연구를 지휘해 나갈 그는 “배아ㆍ조직세포연구를 최대한 빨리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전세계 연구역량을 함께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럽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연구소들과도 협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EMBL

1974년 설립된 EMBL은 16개 국가가 공동 지원하는 유럽 생명공학의 메카로독일 하이델베르크와 함부르크, 프랑스 그레노블, 영국의 힝스턴, 이탈리아 로마에 1곳씩 5개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

각 연구소는 저마다 분야를 특화해 연구효율을 높이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델베르크는 EMBL 본부 역할을 하며, 함부르크와 그레노블은 구조생물학, 힝스턴은 생물정보학, 로마는 동물유전체학이 주 연구 분야이다.

EMBL은 최근 염색체가 세포의 중앙에 위치할 수 있는 원리나 RNA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도록 하는 세포 돌연변이 발견 등 최근 1년간의 연구성과와 국가별 지원 상황을 담은 300여 페이지짜리 2000~2001년 연례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IBM 취리히 연구소 서진원박사

“세계 최고의 기술을 만들어간다는 자부심 때문에 늘 의욕이 넘칩니다.”

11세 때 독일로 이민 간 IBM 취리히 연구소의 유일한 한국인 서진원(33) 박사. 독일 아헨공대를 졸업하고 4년 가량 이 연구소 나노튜브 연구분과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가 속해 있는 나노튜브 연구팀은 책임자인 R. R. 슈리틀러 박사를 비롯해 모두 6명이다.

이들이 연구하는 나노튜브는 아주 작은 컴퓨터나 가전제품에 쓰일 ‘미세한 전기선’이라고할 수 있다.

미래의 컴퓨터나 차세대 컴퓨터 나노 저장매체 등과 짝을 이룰 일종의 ‘나노부품’이다.

연구팀은 최근 니켈과 탄소분자를 실리콘과 몰리브덴이라는 금속원자판 위에 덧씌워진 공상태에서 섭씨 950도로 10분간 가열, 직경이 1.4 나노미터(1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불과한 빨대 모양의 탄소 나노튜브를 만들어냈다.

“크기가 작을 뿐 아니라 기존의 전기선과 달리 완전히 직선을 이루고 있어 전자의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을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나노튜브는 최고 800여 개까지 다발로 제조할수 있기 때문에 효용성이 높으며 이 성과는 지난 5월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그는 “한 달 전쯤 한국기업연구원들이 방문했을 때 한국어 통역을 잘못해 너무 속상했다”며 “몇 년 전 한 한국기업에서 개발한 나노튜브 기술 발표회가 세계를 놀라게 했을 만큼 한국도 나노튜브 분야에서는 최강국에 속한다”고 말했다.

●IBM취리히 연구소

IBM은 미국, 스위스, 인도, 일본등 세계 8개 지역에 연구소를 두고 있다.

이 중 IBM 취리히 연구소는 나노기술과 관련해 노벨 물리학상을 두 개나 수상했을 정도로 나노기술의 최고봉이다.

원자 크기로 정보를 저장ㆍ재생할 수 있는 장치 ‘밀리패드’실용화를 준비하고 있으며 화학분자의 무게와 성분을 정확히 측정해내는 나노센서 개발에도 성공했다.

IBM 취리히 연구소는 탄소나노튜브를 개발하고, 미 IBM 왓슨 연구소는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개발하는 등 8개 연구소는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연구소 관계자는 “1970년대까지는 경쟁사를 견제해 연구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지만 이제는 모든 것을 공개하고 협력하는 것이 최상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로마ㆍ취리히=이진희기자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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