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공습을 퍼부은 지 만 3주가 지났는데도 탈레반이 여전히 건재를 과시, 미국의 아프간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탈레반의 방공망 및 군사 시설에 대한 융단 폭격과 일부 특수부대의 지상작전에도 불구, 탈레반 세력을 약화시키기는 커녕 오폭 등으로 이슬람권의 비난과 저항만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7일 수도 카불 북부의 탈레반 진지 등에 대해 공습이 시작된 7일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을 감행한 데 이어 28일에도 폭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뚜렷한 ‘전과’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이처럼 다음달 중순 시작되는 이슬람권의 라마단(금식월)과 아프간의 혹독한 겨울이 닥치기 전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 기선을 제압한다는 미국의 개전 초기 전략이 교착 상태에 빠짐에 따라 책임과 함께 전략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민주ㆍ델라웨어) 상원 외교위원장은 27일 “미국은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공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최첨단 기술이면 무엇이 든 할 수 있다는 전략ㆍ전술을 바꾸지 않는 한 ‘하이테크건달’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프랑스와 헤스부르 소장은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자신 있게 내세우고 있는 것은 공습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누가 이번 전쟁의 전략을 주도하고 있는 지도 불분명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헤스부르 소장은 이어 “크루즈미사일로 만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테러와의 전쟁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며 “테러 조직을 어떻게 분쇄하느냐에 대한 치밀한 전략 수립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탈레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 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상원 의원은“미국은 그 동안 탈레반의 방공망을 초토화했다는 자랑만 늘어놓았다”며 “이같은 자만심이 결국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습에 이어 지상군이 투입되면 탈레반의학정에 시달려 온 아프간 국민들이 반 탈레반 전선에 스스로 합류,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국방부 관리들의 ‘전망’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전황이 불리해 지면서 미국과 영국 정부도 장기전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영국 합참 의장인 마이클 보이스 제독은 “이번 전쟁은 상대가 강해서가 아니라 공격 대상인 적을 찾기가 힘들어 고전하고 있다”며“한국전쟁 이후 영국이 수행한 작전 중 가장 어려운 이 전쟁은 3,4년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국방부 관리들도 “전쟁이 진행될수록 탈레반군은 탁월한 생존 전략을 지닌 강인한 전사임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라마단과 혹한을 앞두고 오사마 빈 라덴 색출 작전과 탈레반 정권 붕괴 및 후속 대체 정권 수립은 물론 전쟁이 해를 넘기는 중ㆍ장기전에 대비한 전략ㆍ전술, 국제연대 유지방안등을 재정립해야 할 시기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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