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반미 시위가 고조되던 이 달 초 기자회견에서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그렇게 탈레반을 돕고 싶거든 여기서 데모를 하지 말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서 싸워라.” 물론 시위대를 향한 화풀이성 발언이었지만, 미국의 공습이 4주째에 접어들면서 그의 말이 현실화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가장 강경한 이슬람 조직인 TNSM의 지도자 수피 모하마드가 이끄는 1만여명의 의용군이 탈레반을 지원하기 위해 페샤와르 동북부 150km지점인 아프간 접경 마을 라그하리일대에 며칠째 집결해있다.
카이버 패스 인근의 랜디 코탈, 페샤와르 남서부의 한구 등에도 수 십 명, 또는 수 백 명 단위로 자원병들이 계속 모여들고있다. 전체 숫자가 3만에 이를 것으로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25~27일 3일 동안 라그하리에서의 자원병 출정식을 취재하고 28일 페샤와르에 돌아온 더 네이션지 기자의 목격담에는 전선으로 향하는 자원병들의 결연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300여대의 소형트럭에 나눠 탄이들은 대개 10~20대로 보였다. 머리나 수염이 희끗희끗한 사람도더러 눈에 띄었다. 검은 터반을 머리에 두르고 손에는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한 자루씩 들고 있었다. 수류탄을 쥐고 있는 청년 옆에는 녹슨 칼 한자루를 들고 있는 소년도 보였다. 어떤 차에는 로켓포나 대공포도 실려 있었다. 차량의 행렬이 마을 한 가운데 멈춰 서자 주민들이 달려 나왔다. 옷가지나 담요, 신발 등을 트럭에 얹어주면서 격려했다. 금붙이나 은 등 보석을 들고 나온 여인들도 있었다. ”
파키스탄 당국은 이들의 아프간 입국을 불허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전투준비를 갖춘 이들을 제지하기가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설사 입국을 제지한다고 해도 이들이 다른 경로를 통해 얼마든지 잠입할 수 있기 때문에 국경 봉쇄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이상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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