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멈추기에는 7년 동안 ‘청년의사’에 바친 청춘이 아깝더군요. 지금까지 한 일을 바탕으로 무언가 새로운 일을 해보자 결심했지요. ”의료계 내부, 특히 20~30대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꼭 읽어야 할 매체로 꼽히는 ‘청년의사’의 편집장 박재영(32)씨.
IMF체제로 모두에게 어려웠던 1999년은 그의 삶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진 해였다.
92년부터 연세대 의대 시절 선배 의사들과 함께 만들었던 신문 ‘청년의사’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발행일조차 들쭉날쭉했던 아마추어 수준의 격월간지를 주간으로 바꾸어 명실상부한 의료전문지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소액주주 공모를 통해 의사 240명으로부터 3억 원의 자본금을 모아 기업형태도 갖추고 처음으로 직원(기자)도 선발했다.
인턴과 공보의를 하며, 환자 진료와 신문만드는 일 양쪽에 엉거주춤 발을 담그었던 그가 의사의 길을 완전히 포기하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비록 가시적으로 해결한 일은 없어도, 의협회장 직선제 도입, 의사 사회의 자정, 전문의학 용어 우리말로 바꾸기, 외국인 노동자 의료공제회 설립 등 의료계에 수많은 이슈를 제기했던 ‘청년의사’를 그는 어떻게 탈바꿈시킬 것인가.
“제가 보기에 의사들은 사회성이 많이 부족해요. 의약분업 파동 때도 의사들은 국민들로부터 주로 욕을 먹었죠. 의사에게 잘못된 것도 있지만, 국민이 오해하는 부분도 많은 것 같아요. 의사와 국민의 이익이 꼭 상충되는 것은 아닙니다. 충돌의 접점 일부는 의사의 이익이자 환자의 이익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밑에서 이들의 관계를 조율하고 화해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신문을 만들며,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는 의사와 국민의 가교역할 첫 단계를 의사를 계몽시키는 일로 정했다.
진료실 바깥의 어떤 일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의사들에게 끊임없이 다양하고 폭넓은 시각을 주입하는 것이다.
또하나 그가 지속적으로,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분야는 의대 교육의 개혁.
오랫동안 여러 의과대학의 부실 교육실태를 고발하기도 하고, 올 여름엔 의대생을 대상으로 1주일 과정의 대안학교 ‘청년 슈바이처 아카데미’를 개설해 의료계 현실을 알리고 윤리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허준 같은 의사만 평가하는 사회구조가 불만스러워요. 모든 의사에게 높은 수준의 공익만 요구해서는 안됩니다. 평범한 가운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는 ‘청년의사’가 의료계에 당장 무엇을 변화시킬 수는 없을 것임을 잘 안다고 말했다.
“30년 후를 바라봅니다. 꾸준히 책을 써 의료문화를 바꾸어 나가겠습니다.”
/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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