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테러사건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던 증시가 불과 한 달여 만에 이른바 ‘랠리(상승행진)’를 연출하고있다. ‘위기는 기회다’, ‘수익은 대중(大衆)의 반대편에 있다’ 는 증시 격언이 빈 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다.그 동안 줄기차게 주식을 팔아왔던국내 기관과 대다수 개인들은 예상 밖의 랠리가 지속되자 막차(저가매수 기회)를 놓쳤을 지도 모른다는 초조감에 휩싸여 있다.
분석가들 중엔 여전히 ‘펀더멘털’을 강조하며 장미빛 전망을 경계하지만, 지난 달과 같은 비관적 전망은이제 거의 찾기 힘든다. 주가지수는 거래소의 경우 저점 대비 16%, 코스닥은 39%나 올랐다.
저점에서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불과 한달 여만에엄청난 수익을 챙겼다는 얘기다. 과거 걸프전이나 외환위기 직후 주가가 폭락 후 급등했던 경험을 한 눈치빠른 투자자라면 이번에도 한 몫을 챙겼을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재산이라야 아파트 한 채 남짓인 평범한 개미들로선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어디 쉽게 손을 내밀수 있었겠는가. 그러니 이번 랠리도 결국 ‘그들만의 잔치’가 되었기 십상이다. 초조감에 시달리다 뒤늦게 추격 매수에 나서면 그야말로 ‘상투’ 잡는꼴이 될 것이 뻔하다.
이번 랠리의 중심은 외국인이다. 외국인들은 국내 투자자들이 시장을 어둡게 보고 뒷짐지고 있는 동안연일 매수에 열을 올렸다. 이 달 들어 무려 1조4,3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당연히 랠리의 마무리도 외국인 손에 달려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올 1월 이후 최고수준이라는 점에서 꼭지에 달한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관건은 미국 증시다. 미국 증시는 지금 탄저균 공포에도 불구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타고 있다. 이는 서울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두드러지는 배경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기대와 현실의 괴리를 인식하는 순간 상황은 어지럽게 된다.이번 주는 그 고비다. 미국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와 3ㆍ4분기 GDP 추정치, 10월 전미구매자관리협회(NAPM) 제조업지수, 10월 고용통계등 줄줄이 나올 경제지표들은 고비의 방향을 결정한다.
하지만 대체로 실망스러운 결과가 예상돼 시장 반응이 주목된다. 국내에선 9월 산업활동동향등이 발표된다. 11월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주일은 연말 시장의 흐름을 점칠 수 있는 가늠자다.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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