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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 벼랑끝에 선 김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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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 벼랑끝에 선 김응용

입력
2001.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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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에서 이렇게까지 지원해줬는데 우승 못하면 이상한것 아닙니까.”(전 삼성감독 A씨) “올한국시리즈가 김응용감독의 지도력을 진짜 시험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야구인 B씨) “감독님이 해태에 있을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전 해태선수 C씨)올 한국시리즈의 화두는 무적신화의 주인공 김응용 삼성감독이다. 1982년말 화려한 아마선수 생활과 감독 경력을 앞세워 해태의 지휘봉을 잡은 후 무려 9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 모두 우승을 차지해 ‘우승청부사’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다.

82년 프로야구 출범 원년에 참가했던 6개팀중 유일하게 단 한번도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한 삼성이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것도 20년 한을 풀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9전9승의 신화를 만든 김응용 감독이 야구인생 50년을 통해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김응용 함장이 이끄는 삼성호의 우승은 떼논 당상처럼 여겨졌지만 1차전 승리이후 두산에 내리 3연패를 당해 무패신화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4차전에서 두산에 어이없게 역전을 당하자 김응용 감독은 3루쪽 덕아웃 감독석에 없었다. 불편한 심기를 이기지 못했는지 코치들 뒤로 숨어버렸던 것이다. 천하 제일의 명장이라는 김응용 감독이 나머지 3경기를 모조리 이겨 통산10번째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물론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3패를 당한 팀이 대역전승을 거둔 적이 단 한번도 없지만 김응용 감독이 기적을 일군다면 더없이 극적인 일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왜 김응용 감독이 이처럼 무기력할까. 전문가들은 첫번째로 해태와 삼성은 다른 팀이라는 점을 꼽는다. 해태는 결속력이 강한 특유의 팀컬러를 가지고 있었다. 또 불세출의 스타 선동열을 필두로 김정수 이강철 조계현 이대진 등 걸출한 투수들이 항상 한국시리즈에서 빛을 발했다.

뿐만 아니라 이종범 김성한 한대화 김봉연 김종모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좋은 타자들이 김응용 감독에게는 든든한 후원자였다. 그러나 삼성은 주축 투수들이 어려 큰 경기 경험이 별로 없는데다가 해태처럼 확실한 해결사 노릇을 할 수 있는 타자가 없다.

또 하나는 김응용 감독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시리즈에 돌입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김응용의 분위기 잡기용 카드가 사라져 버렸다. 상대편을 곤경에 빠트리고 자기 팀 선수들의 결속력을 다지는 행동이 아직까지 한번도 없었다.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대목이다.

게임은 선수가 하는 것이지 감독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의 남자’가 되어버린 김응용 감독의 무적신화가 이대로 끝나버릴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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