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마 빈 라덴이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정황들이 잇따라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영국의 더 타임스는 26일 정보소식통의 말을 인용, 빈 라덴과 그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최근 핵물질을 획득,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난 수년 동안 빈 라덴이 핵 시스템을 구입 또는 훔치거나 밀수하려고 시도한 분명한 증거들이 있다"며 “그가 핵 폭탄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사능 물질과 재래식 폭발물을 결합한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최신호(10월 29일자)에서 “빈라덴이 방사능 쓰레기가 담긴 폭탄을 제조했거나 구 소련이 제조했던 가방형태의 소형핵(ADMㆍAtomicDemolition Munition)을 암시장에서 구입해 두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핵테러에 대한 대비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복잡한 핵무기 제조공정을 고려할 때 빈 라덴이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지 않으면서도 핵테러를 우려하는 것은 ‘더러운 폭탄’의 제조가 간단하면서도 엄청난 위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블레어 워싱턴 국방정보센터소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핵발전소에서 처리된 연료와 다이너마이트를 결합해 터뜨리면 최소 2,000여명을 살해할 수 있고 수천명을 방사능에 오염시킬 수있다”고 밝혔다.
빈 라덴이 ‘더러운 폭탄’을 만들기 위한 재료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군데서 감지되고 있다. 먼저 올해 초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접경지대에서 세관원들이 파키스탄의 퀘타로 전해지려던 방사능물질 10개 상자를 적발했고 최종목적지가 빈 라덴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1993년에는 빈 라덴의 간부인 자말 알 파디가 수단 하르툼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암시장에서 150만 달러에 구입하기 위해 수단 군사령관을 만났고지난 7월 그루지아의 한 호텔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고농축 우라늄 2㎏을 비밀리에 구입해갔던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최근 독일 불가리아 터키 그루지아등을 경유한 수백건의 핵물질 밀수 시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게다가 파키스탄 당국이 23일 파키스탄의 핵개발에 계획 창설멤버로 활동했던 핵물리학자 두 명을 탈레반과의 연계혐의로 체포한 것도 빈 라덴의 핵물질보유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파키스탄 원자력위원회 소속으로 빈 라덴의 지지자로 알려진 두 사람은 1996년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후 아프간으로 넘어가 구호활동을 해오다 최근 파키스탄으로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빈 라덴의 핵물질 보유가능성은 적지않다”며 “빈 라덴이 궁지에 몰릴 수록 그 만큼 핵테러의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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