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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국제유가는 수직하락 국내價는 요지부동

입력
2001.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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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황현규(38)씨는 요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때 마다 화가 치민다.국제유가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외신 보도가 계속되는데도 국내 기름값은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황씨는 “미국 테러사태 직후 ‘3차 오일쇼크’운운하며 기다렸다는 듯 기름값을 올린 정부와 정유업계가 요즘 유가 폭락에는 왜 애써 모른척하는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 국제유가 왜 떨어지나

경기침체에 따른 세계적인 석유수요 감소 우려가 국제유가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 SK㈜ 이재훈 팀장은 “중동지역에 포성이 울리면 어김 없이 치솟던 원유값이 이번엔 ‘전쟁’보다 ‘불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내 정유사들이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25일(현지시간) 1배럴당 19.28달러에 거래돼 지난해 같은 시점(32.36달러)의 60%수준으로 떨어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전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원유재고량 급증 여파가 이어지면서 북해산 브렌트유(20.80달러), 서부텍사스중질유(WTIㆍ21.60달러)도 연일 하락하고 있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항공산업이 위축되면서 막대한 항공유 수요가 얼어붙었고, 자동차 휘발유 소비도 격감하고 있어 저유가 추세는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테러 직후 유가폭등을 우려했던 국내 기업입장에선 원가부담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유가 하락이 세계경기 침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마냥 청신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국내유가는 요지부동

이처럼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수요도 감소하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자가격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경유 등 일부 기름의 경우 오히려 테러사태 이전보다 올라 소비자들을 어리둥절케 하고 있다.

SK와 LG칼텍스정유 현대정유 에쓰오일(S-OiL) 등 정유사들은 9월11일 테러사태 여파로 원유값이 잠시 오르자 1주일 만인 지난달 18일 휘발유 값을 동결하는 대신 등유ㆍ경유 값을 1ℓ 당 10~25원씩 인상했다. 물론 정유사가 밝힌 인상요인은 국제원유가 인상분의 가격 반영이었다.

하지만 국내 정유업계가 기름값을 올리자마자 국제 원유값은 곧바로 수직하락했고 이 때부터 정유사들의 고민은 시작됐다.

이미 지난달 초 복수상표표시(폴 사인)제를 시작하면서 가격경쟁을 벌이느라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값을 업체마다 1ℓ당 29~45원씩 내린 상황에서 더 이상 기름값을 인하할 수 없다는 것이 정유사의 입장이다.

정유업계는 “현재의 저유가는 12월이 돼야 가격에 반영되며 감산논의와 확전 가능성 등 석유 시장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국제원유가가 오를 땐 ‘잽싸게’ 기름값을 올리고 인하에는 ‘둔감하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 불합리한 가격체계와 세금이 발목잡아

정유업계는 또 화살을 휘발유에 붙는 과다한 세금에 돌리고 있다.

휘발유값 1,295원 중 공장도 가격(생산 원가)은 345원(26.8%)에 불과하고 교통세(588원) 교육세(88원) 주행세(68원) 부가가치세(110원) 등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6.5%나 되는 상황에서 정유사 원가와 주유소 유통마진(6.7%) 범위 안에서 유가를 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다.

즉 국내 석유값에는 원가의 3배정도 세금이 붙고 이 세금을 제외한 공장도가격만 국제 유가와 연동된다. 결국 막대한 세금이 고정돼 있어 정유사가 원가 범위 내에서 기름값을 내려봤자 10~20원에 불과한 셈이다.

LG정유 관계자는 “석유의 공장도 가격도 뜯어보면 원유도입비영과 정제비 등을 제외하고 정유사 이윤은 원가의 0.5% 정도”라며 “정유업계가 석유제품 가격을 통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에선 세금 인하나 불합리한 가격체계 변경 없이는 유가인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복수폴사인제 실시로 주유소들이 소비자가격 결정권을 행사하면서 정유사가 공급가를 인하해도 판매가는 내리지 않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휘발유의 주유소 유통마진은 보통 90원. 정유사가 주유소로 공급하는 가격은 보통 1,200원 수준으로 일정한 반면 일부지역 주유소들은 담합을 통해 여전히 1,300원 이상을 받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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