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파행의 연속이다.1ㆍ2학기 대학 수시모집 열풍이 지나기 무섭게 수능시험이 닥쳐와 마지막 총정리 단계인데도 수업 분위기는 어수선하기만 하다.
두차례 수시모집에 합격한 학생들은 수업에 나오지 않고, 연중 계속된 입시업무에 시달린 진학지도 교사들은 기력을 잃어 의욕을 충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니 수업 분위기가 정상일 수가 없다.
수시모집 합격자들은 그들대로 남은 기간을 때우는 방법이 없어 허공에 뜬 세월을 보낸다.
학교에서는 2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만 보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학교생활은 끝난 셈이다. 그렇다고 대학에서도 이들을 위해 제대로 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지 않아 그들은 내년 봄까지 방치된 상태다.
이런 수업 분위기는 1학기 수시모집이 있었던 6월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지역 대다수 학교의 공통현상이다.
올해 처음 도입된 신입생 연중 수시모집 제도의 폐해가 현장교육의 차질로 나타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수험생들에게 기회를 늘려 주고 특기와 적성을 가진 학생들에게 문호를 넓혀준다는 취지로 도입한 이 제도는 고교 교사들에게 엄청난 격무를 안겨주었다.
여러 대학에 복수지원하는 학생들이 많은데다, 자기소개서 추천서 내신성적증명서 같은 복잡한 서류를 챙기고, 상담에 응하랴, 면접요령 가르치랴 끝 없는 일에 파묻혀 학교에서 숙식을 하다시피 하는 교사들이 많았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연중 계속되다시피 하는 전형업무로 교직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심층면접 전형과 문제개발 등으로 교수들도 편할 날이 없다.
지원기회가 늘어났다고 수험생과 학부모들도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몇 개 대학을 지원하면 전형료와 대학 소재지 체재비용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지방 수험생들에게 그리 달가운 제도일 수가 없어 이 제도는 수도권 수험생 잔치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에 있는 유수한 대학들은 지원자 쇄도로 짭짤한 재미를 보았지만, 대다수 지방 대학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던 것이다.
최근 몇몇 대학 입시 관계자들 사이에 개선책이 논의된 것은 다행이다.
1학기 수시모집을 폐지하거나 극소수 특기자를 선발하는 정도로 한정하고, 2학기 수시모집도 지원서류 간소화, 모집시기 조정 등 개선책이 따라야 한다.
아무리 수험생에게 좋은 제도라도 수업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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