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미국 구경을 갔다가 뉴욕의 자연사박물관을 관람한 적이 있다.세계 인종을 보여주는 전시관에서, 몽골인이 초원 위에 서있는 그림이 인상적이어서 한참 쳐다보고 있을 때한 무리의 초등학생이 몰려왔다.
그런데 어린이들이 곁에 다가와 힐긋힐긋 쳐다보며 자기네끼리 키득거렸다. 영문을 모른채 전시실을 나와 화장실에 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이 바로 그 전시실에서 본 몽골인의 인상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 때만 하더라도 우리는 몽골이 어떤 나라인지를 거의 몰랐다. 그러나 이제 몽골은 우리 가까이 와있으며 양국간 인적 교류가 많아지고 있다.
우리쪽에선 관광객이 많이 가는 반면, 가난한 몽골쪽에서는 한국을 배우러 오는 공무원이거나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들이 많다.
요새 몽골의 시장과 도지사 22명 모두가 수원에 있는 국가전문행정연수원에서 보름간 연수를 받는 중이라고 한다.
그들은 한국의 선진행정을 배워서 이를 몽골의 지방행정에 활용하기를 원하고 있다. 행정뿐 아니라 한국말과 문화도 열심히 배운다고 한다.
■신문에 실린 시장 지사들의 모습을 보며 옛날 뉴욕의 자연사 박물관에서 벌어졌던 일이 문득 생각났다. 우리와 너무 닮은 얼굴들이다.
우리는 직관을 통해서 몽골인을 구분하겠지만, 서양사람이 보면 그게 그 얼굴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궁금증이 생긴다.
몽골인들이 한국 사람을 보고 인종적인 동류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재미있는 양국관계를 그려볼 수가 있다. 앞선 기술을 매개로 하는 관계가 아니라, 인종적 동질성을 매개로 하는 특수한 유대관계로 발전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테러전쟁을 계기로 헌팅턴의 '문명충돌'이 많이 회자된다.
냉전붕괴로 세계가 이념보다는 인종 언어 문화 종교 등 문명적 동질성 요인에 따라 뭉치거나 연대가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아랍문명의 결속은 물론이고, 같은 서구문명 안에서도 미국과 영국의 결속이 이번 전쟁에서도 두드러진다.
일본은 우리와 인종적으로 가깝지만, 그들은 문화유적을 왜곡하면서까지 우리와 다른 사람들임을 강조하려 든다.
몽골과의 관계를 인종적 유대를 바탕으로 정립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수종 논설위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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