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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현장 / 법원 인사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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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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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및 직급제를 폐지하라.’,‘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지난 15일 판사 33명이 현 인사제도를비판하는 개혁모임을 발족한 가운데 대법원은 지난 10여년간 제도개혁을 검토한 끝에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복잡한 직급과 승진이 법원조직을 관료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법조일원화나 단일호봉제 등의 해결방안도 장ㆍ단점이 뚜렷이 부각되고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도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판사의 관료화

현 제도는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예비판사가 지법부장-고법부장-대법관으로 단계별 승진을 하는 사법관료제. 소수의 엘리트를 임용, 철저한 도제교육을 통해 중견판사를 양성하고 국민을 상대로 사법서비스를펼친다는 것이 사법관료제의 요체다.

그러나 개혁모임을 주도한 문흥수(文興洙)부장판사가 지적했듯이 사법관료제는 ‘판사는 독립해서 재판해야 한다’는 관념을 무너뜨리는 관료적 풍토를 조성하고, 승진시스템에서 뒤쳐진 판사들이변호사로 개업해 법원이 거대한 ‘전관(前官) 변호사 양성소’로 전락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 이들이 전관예우 관행을 통해 다시 기존의 판사들에게 부담을 주는 측면도 있다.

대법원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마땅한 묘안이 없는 상태. 대법원은 이미 사법관료제의 대안으로 떠오른 영국이나 미국식의 법조일원화 도입을 상당부분 검토했으나 부정적인 쪽으로 결론지은것으로 알려졌다.

법조일원화가 도입돼 경력 있는 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임용하면 승진 개념이 사라지지만 현재의 판사 충원시스템에 비해 청렴성을 보장하기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 성적순에 따른 승진 시스템도 검찰에 비해 투명한 인사가 가능한 장점이 커 대법원이 섣불리 제도개선에 나서기 힘든 형편이다.

▼고법부장 승진제

개혁모임을 비롯해 대다수 판사들이 개혁의 필요성에 동감하는 부분은 고법부장 승진제. 현 제도는 지법부장까지는 연공서열식 승진이 이뤄지다 20여년 만에 이뤄지는 고법부장 승진에 개인차를두고 있다.

차관급인 고법부장에게는 관용 승용차와 기사가 나오고 연봉이 조금 늘어날 뿐이지만 출세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어 승진탈락자의 불만이 크다.내년 2월에는 사법연수원 10기 25명 중 10여명 정도만 고법부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알려져 탈락자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혁모임이 주장하는 단일호봉제가 실시되더라도 명쾌한 해답이 나오기 어렵다는 데 대법원의 고민이 있다. 단일호봉제를 실시해 고법부장 승진제를 없애고 20년차 이상 고위직 판사에대한 대우를 전원 상향 조정하는 방법이 있지만 예산 등을 이유로 재경부에서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태세다.

판사와 보수 체계가 연동돼 있는 검사의보수도 올려줘야 하는 한계도 있다. 고법부장과 지법부장 간 순환보직을 허용하자는 대안도 나오지만 이 역시 인사제도 개선을 위해 상급심 판사가 하급심으로 내려가는 만드는 모순이 생긴다.

결국 사법부의 인사제도 개혁은 판사에게 최종 심판자에 합당한 완전한 신분보장과 변호사 업계로 나가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고액의 보수가 대전제이지만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신뢰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판사 승진전보 절차

판사는 검사와는 전혀 다른 인사시스템을 통해 움직인다. 판사 인사의 특징은 임용시점에서 매겨지는 ‘서열’에 따라 약 20년 간의 진로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것.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서열이 대부분 정해지고 근무평가도 일부 반영된다.

법원이 한해 임용하는 신임 판사는 약 100명. 이들은 서울에서 임기를 시작하는A그룹과 지방에서 시작해 서울로 올라오는 B그룹으로 양분된다. 임용 서열 약 10등 내에 드는 A그룹은 초임시절 서울지법 본원과 지원에서 4년간 배석판사 생활을 한 뒤 경인 지역이 아닌 지방에서 3년 동안 판사로 근무하는 수순을 거친다.

그러나 나머지 90여명의 B그룹은 첫 임관지가 지방이고 서울 입성까지 약 6년이 걸린다. 지방에서 4년 동안 배석판사를 한 뒤 다시 경인지역에서 2년 동안 근무해야 서울 입성 자격이 된다.

출발지점이 다르더라도 이들 판사는 임관 6,7년이 지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와 8년간 단독판사, 고법 배석판사,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심의관 등을 역임한다. 또 15년간의 평판사 생활을 마치면 누구나 지법 부장판사가 돼지방과 서울에서 각각 4년과 2,3년 근무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연공서열식 승진은 끝나고 차관급인 고법 부장판사가 되느냐 아니면 변호사로 개업하느냐는 기로에 서게 된다. 고법부장이 되면 지원장, 지법원장, 대법관 수순을 밟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고법부장 임명은 서열순이 아니라 대법관, 고등법원장 등으로 구성된 법관인사위원회 심사에서 결정된다. 또 판사로서 영광의 자리인 대법관 역시 임기 6년을 채워 퇴직하는 대법관이 있어야만 임관 될 수 있어 고법부장이라도 대법관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고주희기자

■외국 판사제도는

선진 법체계를 갖춘 외국은 법조 경력등 실무경험을 판사의 임용 조건 중 필수 조항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검사, 변호사로 활동을 해온 사람들 중에서 판사를 선출, 우리나라와 같은 연소법관은 찾아보기 어렵다.

로스쿨을 졸업한 뒤 검사 또는 로펌등에서 활동한 변호사 중 선거, 변호사협회(ABA) 추천, 대통령 지명, 인사 청문회를 통해 각각 주판사, 연방판사, 연방대법원 판사를 임용한다.

영국의 경우도 실무교육과 1년간의변호사 수습교육이 최소한의 판사 임용조건이다. 법대 졸업자 또는 자격시험 합격자는 법조인 실무교육기관인 법학원에 입학한 뒤 변호사 자격시험을 거쳐법정변호사(Barrister)의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합격 후에도 경력 5년 이상의 법정변호사 밑에서 1년 동안 실무수습 교육을 받아야 정식법정변호사가 된다. 그리고 판사는 주로 이들 법정변호사 중에서 선발된다.

외국은 또 승진제도를 제한, 제도적으로판사를 평생직장으로 만들어 법원의 인력 유출을 막고 있다.

미국은 판사의 승진이나 승급은 재판의 독립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지법, 고법, 대법관 등의 심급별 직급은 존재하나 상하 위계 질서라고는 볼 수 없고판사 취임 후 은퇴 때까지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은 판사의 승진제도가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정기적인 인사 이동 제도는 없다. 절반 이상의 판사들이 주와 구 법원에서 종신제로 근무하고 나머지도 대개 같은 법원에서 장기간근무하며 정년을 채운다.

일본은 우리처럼 지법 합의부 배석,지법 단독, 고법배석 등의 직급 순서가 있다. 그러나 일본 판사는 신분이 정년 때까지 보장돼 있어 매년 100여명의 판사가 정년 퇴임할 정도로 평생 직업 법관 풍토가 이미 정착돼 있다.

/고주희기자

■개혁모임주도한 문흥수 부장판사

“인권의 최후 보루인 판사만큼은 승진에 연연하지 않는 인사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개혁모임을 주도한 서울지법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판사의 관료화, 고법부장 승진제에 관한해결 없이는 진정한 사법개혁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이를 위해 “사법행정 제도의위헌 여부를 법리적으로 검토하고 사법부 독립 저해 요소 및 비민주적 절차에 대한 논의 결과를 대법원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절(법원)이 싫으면 스님(판사)이 떠난다는 식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사법권 독립의 관건이 되는 법관 인사에 대해서는 진솔한 논의가 없었습니다.”

문 부장판사는 인사개혁 주장이 판사만 과도하게 지위와 권한이 확보돼야 한다는‘직역이기주의’로 읽히는 것을 경계하면서 무엇보다 판사의 완전한 신분보장은 국가기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큰 사건은 모두 거물 변호사가 몰리는데 이들이 모두 대법원장, 대법관 출신이나 선배 법관 같은 사람들 아니냐”며 “변호사들의판사에 대한 여론이 판사의 승진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승진 및 직급제도는 판사 지위를 불안케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번 법관은 영원한 법관이어야 한다는 쪽으로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전관예우가 없다고아무리 강조하더라도 국민들은 그 말을 믿기 어렵다”며 단일호봉제 추진을 주장했다.

문 부장판사는 1999년에도 법관전용통신망에 ‘진정한 사법개혁을 바라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2차례 올려 법관 인사제도의 불투명성을 지적한 대표적인 개혁성향의 판사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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