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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헌재 '간통죄 합헌'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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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 헌재 '간통죄 합헌' 결정

입력
2001.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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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 性의식 성숙되면 폐지를"한국일보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합헌 결정이 내려진 25일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곽배희(郭培姬ㆍ55) 한국가정법률상담소장, 김일수(金日秀ㆍ55) 고려대 법대 교수, 박옥희(朴玉姬ㆍ50) 페미니스트 계간지 ‘이프’ 발행인이 한국일보사 13층 송현클럽에서 만나 이번 결정의 의미를 진단하고 간통죄 존속ㆍ폐지 논란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을 밝혔다.

곽 소장과 김 교수는 합헌 결정을 지지했고, 박 발행인은 유감을 표명했다. 사회는 한기봉 문화과학부장이 맡았다.

<사회:한기봉 문화과학부장>

_우선 간통죄 합헌 결정에 대한 의견이나 소감을 듣고 싶다.

곽배희=위헌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는데 합헌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간통죄는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다.

간통죄 말고도 호주제처럼 양성 평등을 저해하는 남녀차별 규정이 많은데 왜 간통죄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

박옥희=이번에는 위헌 결정이 내려질 줄 알았는데 너무 실망스럽다. 간통죄는 한 마디로 여성을 옥죄는 법이다.

물론 소수 여성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과연 간통죄가 여성을 위한 법인가 되묻고 싶다.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형법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김일수=헌재 결정에 전적으로 찬동한다. 곽 소장은 개인적으로 간통죄는 폐지돼야 한다고 했는데 나는 간통죄 규정이 결코 시대에 뒤진 규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형법상 간통죄는 (박 발행인처럼) 여성적 시각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간통죄 규정은 헌법에서 규정한 혼인의 순결과 가정의 행복을 보호하기 위해 형법이 마련한 조항일 뿐이다. 혼인의 순결과 가정의 행복이 개인의 성적 자유 추구에 비해 결코 떨어지는 가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_이번 위헌소송을 낸 두 남녀의 경우처럼, 여성들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주장할 정도로 사회는 변했다. 현실에 비해 법은 너무 완고하다는 지적도 있다.

곽=이번 위헌소송을 낸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소송을 내기 전에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내로서 의무를 다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권리만 찾기 위해 위헌심판 소송을 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물론 성 풍속은 자유로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음화 판매나 성인용 영화를 보는 기준 등은 이미 완화했고 이러한 사회적 추세는 법으로 막을 수도 없다. 그러나 성 풍속과 성적 자기결정권은 별개의 문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성적 언어를 마음대로 구사할 수 없는 사회가 되지 않았는가. 자꾸 간통죄를 구시대적인 법률로 간주하는데, 간통죄가 없는 독일에서도 이중혼인 처벌규정은 남아 있다.

간통죄가 없어지면 가정 보호는 결국 개인에게만 맡기게 되는데 과연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는지 의문이다.

박=혼인의 순결이라는 것은 성인인 두 사람의 인격적인 관계로 지켜져야지 법으로 지키는 게 아니다. 미개한 나라도 아닌데 혼인의 순결을 형벌로 지켜야 하는가.

형법 241조(간통죄)에 의해 신체상으로 응징해야 할 정도로 우리 민도(民度)가 낮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곽=간통죄는 헌법이 규정한 인간의 존엄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이다. 부부간의 애정이나 신뢰가 깨졌어도 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매달리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감히 누가 이 여성들에게 “일단 헤어지고 간통죄가 아닌 다른 수단에 의해 구제를 받아라”고 말할 수 있는가. 무지하고 돈도 없는 이는 누가 도울 것인가.

_간통죄는 진정 남성만의 성적 방종을 막고 가정의 행복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제한’인가.

곽=이미 보편화한 남성의 성적 문란을 제재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통죄가 필요한 것이다. 30여 년 동안 상담 일을 해오면서 특히 고위층이나 부유층 남성일수록 간통죄 규정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예방 효과가 분명히 있다.

박=간통죄는 결코 가정을 보호하지 못한다. 현행 간통죄가 성립하려면 간통현장을 덮쳐야 하는데 이는 결국 가족 구성원에게 미움만을 키우는 꼴이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간통한 남성보다 여성에 대해 더 큰 편견을 갖고 있다.

다같이 고소를 당했어도 유독 여자에게만 “여자가 어디 바람을 피느냐”고 비꼬는 식이다. 간통죄는 오히려 여성에게 불리한 법이다.

김=파탄이 난 가정을 치유할 수는 없지만, 간통죄 규정 때문에 일반인의 도덕성을 높여줄 수 있다.

가정폭력방지특별법이 시행된 후 가정폭력이 줄었듯이 법에는 제어기능이 있다. 나 역시 간통죄 규정이 없을 때 ‘나는 간통을 안 할 수 있는가’라는 자문에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박=정말로 간통죄가 있어서 사람들이 간통을 안 한다고 생각하는가.

곽=가정폭력특별법에 의해 고소 당한 가해 남성에게 여러 차례 물어봤다. “왜 부인을 안 때리기로 약속했는가”라고. “가족에게 고소 당하고 치사해서 안 한다”는 것이 그들의 대답이다. 간통죄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예방법은 아니지만 실효는 분명히 있는 것이다.

박=나 역시 혼인의 순결과 가정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긴다. 다만 이것을 간통죄에 의할 게 아니라 정말로 여성에게 도움이 되는 새 법으로 지키자는 것이다.

_합헌 결정은 났지만 간통죄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보완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곽=현행 간통죄는 이혼청구소송을 제기해야만 간통한 배우자를 고소할 수 있다. 이 전제가 당사자에게는 너무 고통스럽다. 간통죄에서 이혼전제 규정을 분리해야 한다.

김=현재 처벌 규정인 ‘2년 이하의 징역’은 다른 규정에 비해 과도한 면이 있다. 더 현명한 입법이 되려면 벌금형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간통죄의 이혼전제 조항을 없애는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 성폭력특별법은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고 배우자를 고소할 수 있게끔 돼 있다.

곽=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에는 반대한다. 몇 백 만 원짜리 벌금형을 만들어 봤자 효과가 없다. 간통죄를 저지르면 아예 이 사회에서 얼굴을 내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_만약 위헌 결정이 났다면 우리 가정과 사회가 어떻게 변했을 것이라고 보는가. 이를 가정해 보는 것이 문제를 짚어 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박=법 하나가 없어졌다고 우리 사회가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한 사회의 문화나 도덕은 법 하나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다.

김=충분히 성적 방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은밀히 감춰둔 이성 친구들이 물 위로 떠오를 것이고, 가정은 더 해체 위기에 처할 것이다.

애인을 못 가진 남성이나 여성은 주류에 못 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마치 댐이 무너지는 듯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_합헌 결정을 내린 헌재도 입법부가 간통죄 폐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간통죄가 언제쯤 폐지될 수 있다고 보며 그때는 어떤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보는가.

김=간통죄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성 의식이 성숙됐을 경우에 폐지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단지 성의 자유화를 위해 간통죄가 폐지되는 사회는 발전이 아니라 불행한 변질이라 생각한다. 폐지 여건이 명백하지 않을 때는 기존 법을 유지하는 게 현명하다.

곽=사회 각 영역에서 완벽하게 양성평등이 뿌리내렸을 때에만 폐지될 수 있다. 가족법 상 부부평등이 100% 정비되고, 특히 호주제가 폐지되는 그런 경우다.

박=양성평등한 사회를 위해서는 하루 빨리 간통죄부터 폐지해야 한다. 간통죄를 더 이상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위한 법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성 모럴이 무너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정리=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간통죄 합헌 헌재 결정문 요지

선량한 성도덕과 일부일처주의 혼인제도의 유지 및 가족생활의 보장, 부부간의 성적 성실의무의 수호, 그리고 간통으로 인하여 야기되는 배우자와 가족의 유기, 혼외자녀 문제, 이혼 등 사회적 해악의 사전예방을 위하여 배우자있는 자의 간통행위를 규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한 배우자 있는 자의 간통행위 규제가 불가피하고 배우자 모두에게 고소권이 인정되어 있는 이상 간통죄의 규정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도 반하지 아니하며, 헌법 제36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가에게 부과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유지.보장의무 이행에 부합하는 법률이다.

우리 사회에서 고유의 정절관념 특히 혼인한 남녀의 정절관념은 전통윤리로서 여전히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일부일처제의 유지와 부부간의 성에 관한 성실의무는 우리 사회의 도덕기준으로 정립돼 있어 간통은 결국 현재의 상황에서는 사회의 질서를 해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다.

다만 입법자로서는 기본적으로 개인간의 윤리적 문제에 속하는 간통죄는 세계적으로 폐지추세에 있고 개인의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내밀한 성적 문제에 법이 개입함은 부적절하다는 점,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대부분 고소취소되어 국가 형벌로서의 처단기능이 약화된 현실 등을 감안, 우리 사회의 법의식의 흐름과의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앞으로 간통죄의 폐지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요구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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