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치러질 17대 국회의원 선거 제도는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헌법재판소가 25일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수가 가장 많은 곳과 인구수가 가장 적은 곳의 인구수 편차가 3대 1이어야 합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은 17대 총선에 앞선 선거구 획정 때 헌재가 제시한 3대 1의 인구수편차 기준을 적용, 선거구를 다시 획정해야 한다.
어림잡아도 현 선거구중 30여개가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헌재는 이에 앞서 현행 전국구 의석 배분 방식을 위헌 판결, 1인2투표제의 도입을 사실상 강제했다.
여야 정치권이 헌재의 기준을 제대로 반영하는 길로는 우선 독립 선거구 유지가 가능한 최소인구수인 ‘인구하한선’을 현재의 9만명에서 상향 조정, 3대 1로 맞추는 방법이 있다.
반대로 독립 선거구가 갖고 있을 수 있는 최대 인구수이자 두 개의 선거구로 나눠질 수 있는 최소 인구수인 ‘인구상한선’을 현재의 35만명보다 낮춰 3대 1을 맞추는 것도 가능하다.
아예 인구상ㆍ하한선을 모두 새롭게 잡아 3대 1 기준을 지키는 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앞의 두 방법은 모두 간단치 않은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게 확실하다. 먼저 인구하한선을 지금보다 높이면 인구수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농촌지역 독립 선거구들이 많이 없어진다.
농촌 출신 의원과 농촌 지자체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인구수 편차가 상징하는 ‘표의 등가성’원칙 못지 않게 선거구 획정의 주요 원칙중 하나인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이 이들의 무기가 된다.
인구가 집중돼 있는 수도권을 빼고 농촌이 주를 이루는 거의 모든 도(道)들이 집단 반발하는 사태도 예상할 수 있다. 없어지는 농촌 선거구들은 주변의 도시 또는 다른 농촌 지역과 복합선거구를 형성해야 한다.
반대로 인구상한선을 낮추면 인구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도시지역의 단일 선거구들이 급증한다. 이렇게 되면 도농간 선거구수 격차가 커져 시비거리가 될 소지가 충분하다.
특히 지금보다 지역구 의원 숫자가 늘어나는 게 불가피해 전구국 의원수를 줄이지 않는 한 전체 의원 정수 증가로 이어져 또 다른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논쟁이 본격화하면 대안으로 중대선거구제 도입 주장이 힘을 얻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소선거구제가 유지되더라도 도농 지역 및 의원들 간의 신경전, 여야간 이해 대립의 결과로 3대 1의 정신만 존중하는 선에서 어정쩡한 타협안이 도출될 소지도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헌법불합치 결정배경
헌법재판소가 25일 현행 국회의원 지역구 획정에 대해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은 사실상 위헌이지만 사회ㆍ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법률의 효력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변형결정의 하나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같은 사안의 1995년 헌재 결정에 비해 평등선거의 원칙을 엄격히 해석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현 시점에서 상한 인구수와 하한 인구수 비율을 3대1 미만으로 정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밝혔다.
이는 헌재가 95년 ‘4대1 미만’을 기준으로 제시하면서 위헌결정을 내린 것보다 더욱 엄격한 것이다.
특히 헌재는 “상당 기간이 흐른 후에는 상한 인구수와 하한 인구수의 비율을 2대1 미만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덧붙여 큰 폭의 개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쟁점이 된 경기 안양시 동안구의 인구수는 33만여명으로 최소인구 지역구인 경북 고령ㆍ성주군의 인구수에 비하면 3.65배나 된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동안구 인구수는 최소인구 지역구보다 지나치게 높아 이번 선거구 획정은 국회의 재량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청구인의 선거권 및 평등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64년 최소ㆍ최대선거구간 인구비율이 3대1 이상일 경우 위헌이라고 판결했으며,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는 63년 각 선거구의 평균 선거인구수에 대한 편차가 상하 33.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영국은 편차가 25%를 넘을 경우 시정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93년 3.2대 1의 인구편차는 위헌이라고 결정, 94년 개정선거법의 선거구 인구편차가 2.2대1로 조정됐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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