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통상문제가 악화하고 있다.미국이 철강수입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하이닉스 금융지원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으며, 자동차 시장개방 압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11월 뉴라운드 협상이 출범하면농산품 시장개방 압력도 강화될 것이다.
부시행정부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면서도 수입제한 조치 같은 보호정책도 병행하고 있는데, 행정부가 이런 모순적인 정책을 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무역진흥권한(구 신속처리권한)을 받기 위한 정치적 필요성 때문이다.
부시행정부는 무역자유화를 추진하고 통상정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무역진흥권한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헌법에 따르면 통상정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은 의회에 있지만, 의원은 직접 통상협상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소속지역의 권리를 대변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의회는 행정부에 통상정책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위임해 주고 있으며,1970년대부터는 무역진흥권한을 통해 위임해 주고 있다.
무역진흥권한에 의하면 행정부는 의회가 제시한 범위 내에서 다른 국가들과 통상협상을 추진할 수 있고, 협상이 완료되면 의회는 결과에 대한 수정 없이 오직 결과를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다.
의회가 협상결과를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어야 미국과 협상을하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행정부와 협상에 임하게 된다.
그런데 의회는 미국경제의 발전을 위해 무역자유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국내 산업의 피해에 따르는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자유무역은 장려하지만 불공정무역은 억제해야 한다는 다소 모순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여기서 불공정무역이란 상대국의 덤핑수출, 낮은노동과 환경기준 또는 정부의 지원으로부터 경쟁력이 비롯되는 수출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국은 미국의 특별한 표적이 되었다. 한국은 정부 주도형 경제개발 전략을 사용하였으므로 정부개입에 대한 의혹이 크고, 수출가격이 낮으므로 항상 덤핑수출의 의심을 받고있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의 산업들은 이러한 한국의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였기 때문에 미국 의회의원이나 일반 국민들에게는 한국이 불공정 무역국가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깊숙이 심어졌다.
부시가 의회로부터 무역진흥권한을 부여 받기 위해서는 통상정책에서 노동과 환경기준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겠다는 의지, 국제협상에서 미국의 기존통상법(덤핑법, 긴급수입제한조치법, 각종 301조법)을 약화시키지 않고 이를 철저히 이행하겠다는 의지, 공격적인 대외개방정책을 사용하여 시장을 확보하고 미국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산업에 대해서는 배려를 하겠다는 의지를 의회에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부시행정부는 무역자유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역진흥권한을 받아야 하며, 이를 받기 위해서는 의회를 만족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에 철강산업에 대한 보호조치나 강력한 대외개방정책을 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선입견을 없애고, 통상마찰을 예방하기 위해서 한국은 중장기적 통상대응 절차를 설립해야 하는 데, 여기에는 정부와 기업과의 더욱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하다.
또,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애는 작업에서도 기업이 한몫을 해야 한다.
미국이 한국정부의 개입을 의심하는 상태에서 정부가 너무나 적극적으로 국내기업의 입장을 대변할 수는 없으며, 또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산업별, 또 전반적인 문제들을 고려할 때 한국의 수출업계가 오히려 통상압력 대응에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만 성공적으로 통상문제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양준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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