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이 심각한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추석이나 부모의 상(喪)과 같이 큰 일을 치르고 난 후에는 부부간의 갈등으로 말미암아 이혼이 유달리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 한해에 33만 4,030쌍이 결혼, 11만 9882쌍이 이혼하여 그 결과 하루에 329쌍 꼴로 이혼한다.
'3쌍이 결혼할 때 1쌍이 이혼한다'는 것이 최근 이혼의 추세이다. 30년전에 비하여 꼭 10배 불어난 수치이다.
인구 1,000명당 우리의 이혼은 2.5건으로 일본 독일 등 이혼선진국을 이미 앞서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학자들이 우리의 이혼률을 물어 올 때 가족공동체를 중시하는 동양사상 운운하며 우리는 서양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이혼률이 급증한 원인은 여성의 지위향상과 함께 1990년 도입된 재산분할청구권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혼인시 부부가 함께 형성한 재산을 이혼 때 많게는 50%까지 분할하여 가질 수 있게 되어 그동안 경제적 이유로 마지 못해 참고 지내던 여성들조차 쉽게 이혼을 결심하여 경제적으로 '여유스런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0년 전과 비교하여 최근의 이혼추세에는 몇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부부의 합의로 갈라서는 협의이혼 건수가 급증, 10년 전에 비하여 154.4% 늘어났다.
둘째, 처가 이혼청구를 하는 비율이 90년대후반부터 그 비중이 점점 커져 현재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셋째, 자식을 모두 성장시킨 후에 삶의 질과 자유를 이유로 부부가 갈라서는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2000년 말 기준으로 이혼부부 4쌍 중 1쌍은 15년 이상의 결혼생활을 한 부부이다. 심지어 78세의 처가 92세의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건도 있었다.
백년해로를 약속한 부부가 '오죽하면' 헤어지기로 결심을 하였겠냐고 방관할 수 있지만 이혼은 비단 당사자만의 문제를 벗어나 이혼가정의 자녀문제를 포함한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한해 이혼하는 부부가 12만쌍이라면 이혼자녀는 약 10여만명에 이른다.
독일의 사회심리학자에 의하면 독일사회가 독일날씨만큼이나 명랑하지 못하고 어두운 것은 이혼가정에서 자란 자녀가 점차 증가한 것도 한 원인라는 흥미있는 분석이 있다.
급증하는 이혼바람을 잠재울 방책은 없는가?
우선 너무 쉽게 헤어질 수 있는 현재의 협의이혼제도를 개선하여야할 것이다. 협의이혼제도는 1977년 보완을 거쳐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혼을 결심한 부부가 법원에서 확인을 받는 번거로움 정도는 충분히 감수하기 때문에 협의이혼건수가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감성적이고 충동적 기질이 강한 우리국민의 속성을 고려하면 일본민법에 따라 도입된 협의이혼제도는 폐지하든지 또는 존치하여야 한다면 영국처럼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조정절차를 반드시 거치게 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재판상 이혼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조정절차가 당사자의 이혼합의를 이끌어 내는 절차로 운영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충동적인 결정을 한 부부가 냉각기를 가지고 자녀문제와 좋았던 때를 되돌아보며 재결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주는 제도가 재판상 이혼에서 필요할 것이다.
일정한 별거기간을 지난 후에야 재판상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것도 한 방책일 것이다. 남성 전권(全權)의 이혼이 행하여졌던 '칠거지악(七去之惡)' 시대에도 삼불거(三不去)라하여 남편의 부모상을 지킨 처, 조강지처, 의지할 곳이 없는 처를 버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는 정신적·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남편 또는 처를 가혹하게 거리에 내모는 이혼이 지금 만연되고있다.
/백태승 연세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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