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기미를 보이는 듯 했던 탄저균 테러 사태가 우체국 직원들의 잇달은 감염 및 사망으로 다시 증폭되면서 정부 당국의 대처 방식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또 피해가 집중된 워싱턴DC 일부 우체국이 우편물 배달을 중단하는 등 우정시스템에도 대혼란이 일고 있다.토미 톰슨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의회 청문회에 출석, 공중보건체계 강화 방침을 밝히는 등 ‘불안 잠재우기’에 애썼으나 “사람들이 죽어가는 동안 당국은 도대체 무엇을 했나” “적절치 못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는 등 의원들의 힐책이 이어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특히 당국이 탄저균 편지가 배달된 의회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치를 취한 반면, 이 편지가 거쳐간 우체국에 대해서는 ‘무신경’으로 일관했다는 점에 비난의 화살이 모아졌다.
톰슨 장관은 이에 대해 “당시만 해도 탄저균이 든 편지를 개봉하지 않고 봉투를 만지는 것 만으로는 치명적인 호흡기 탄저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당국이 탄저균의 감염경로 등 기본적 사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오히려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라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 탄저균 편지가 발견되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직접 나서고, 편지가 거쳐간 시설의 모든 종사자들에 대해 감염여부 조사와 함께 항생제를 투여하겠다고 밝혔다. 톰슨 장관은 특히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탄저병 치료제 ‘시프로’의 가격인하와 안정적 공급을 위해 바이엘사와 직접 협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최근 숨진 워싱턴DC 우체국 직원 2명의 사인이 호흡기 탄저병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 우정공사(USPS)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직원들의 감염 여부 조사로 우편물 배달이 지연되는가 하면, 워싱턴의 주요 우체국들은 정밀 역학조사를 위해 아예 셔터를 내렸다.
존 포터 USPS 총재는 이날 탄저균 탐지와 박멸을 위해 방사선 처리 기술을 활용한 첨단 우편처리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USPS는 또 1억4,700만에 달하는 국내 주소지에 ‘의심 우편물 처리 요령’을 담은 전단지를 보내고 우체국과 주요 시설에 게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첨단시스템의 도입은 막대한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어서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탄저균 감염 공포를 누그러뜨리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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