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고독해보이는 외모에 손놀림에 빠른 기타리스트 국철, 지능지수 170의 천재로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믿고 있는 보컬 황보래용, 한번 들은 음악을 그대로 악보에 옮기는 베이시스트 장달봉, 종종 여자로 착각 받지만 리듬을 표현하는 탁월한 감각을 지닌 드러머 류미끼.이 네 명으로 구성된 ‘재활용밴드’가 지난 4년간 순정만화 팬을 사로잡았다.
만화계에서 손꼽아주는 베스트셀러 작가 천계영의 ‘오디션’이 만화잡지 ‘윙크’(11월1일자)에 연재를 마쳤다.
1997년 11월에 시작해 77회까지 이어졌고, 현재 단행본은 9권까지 나왔다. 평균 판매량 10만부. 1만~2만부가 나가도 히트작으로 인정받는 상황에서도 ‘오디션’은 초판부터 7만~8만부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오디션’은 만화 컨텐츠의 문화상품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출판만화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로 파생되고 있다. 이달 22일부터 ㈜다날에 의해 휴대폰 캐릭터 다운로드 서비스가 시작됐다.
캐릭터상품으로 노트, 스티커명함 등의 팬시 상품, 침구류, 퍼즐 등이 이미 선보였고, H.O.T의 뮤직비디오 ‘우리들의 맹세’도 천계영이 직접 참가했다.
라스코엔터테인먼트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단행본 완결편인 10권과 더불어 일러스트레이션집도 출간될 예정이다.
출판만화로 출발해 다양한 문화상품이 개발될 정도로 꼽히는 작품은 김수정의 ‘아기공룡둘리’ 정도. 아직 컨텐츠 산업으로 성숙하기에는 척박한 만화시장의 모습이다.
윙크의 오경은 기자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독창적이다. 10대를 겨냥해서, 그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대중음악스타로 설정한 점도 메리트였다”고‘오디션’의 인기비결을 분석했다.
음악에 대한 재능은 타고났지만 소매치기(국철), 중국음식점 배달원(장달봉), 혼혈아(류미끼)로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쳤던 아웃사이더들.
재활용밴드가 송송오디션의 토너먼트단계를 밟아올라갈 때마다 더욱 드라마틱한 승부가 이어졌고 라이벌 용근이와의 경쟁을 통해 결국 음악천재임을 확인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결코 평범하지 않은캐릭터가 청소년의 욕망을 자극했다.
‘오디션’을 집필하는 동안 두문불출했던 천계영도 드디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낸다. 11월 3일 서울 영풍문고에서 사인회를 가질 계획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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