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아름다움은 외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면에 살아 숨쉬는 개성이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미의 품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일본 최고의 화장품 제조ㆍ판매 업체인 시세이도에서 올해로 꼭 30년째 몸 담고있는 야시로 요시가즈(八代義一ㆍ 52) ㈜한국시세이도 사장은 자나깨나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연구하는 심미(審美)주의자다.
학창시절 럭비로 다듬어진 건장한 체구에 다소 뒤로 넘어간 머리, 짙은 팔자 눈썹, 순박한 미소 등 외모로 봐서는 미(美)와 관련된 화장품 업계 사람이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강한 집중력은 그의 인생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3년간 매년 150% 매출성장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야시로 사장은 ‘미’의 조건으로 주저없이 개성을 꼽는다.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출해내는 여성의 내적 아름다움은 감추려 해도 얼굴 표정에 나타나기 마련이죠. 아름다움은 깊이 있는 심성과 외면이 동시에 조화될 때 그 빛을 발합니다. 아름다움이란 결국 주관적인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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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로 요시가즈 어떤 사람
[키워드]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
대학졸업 당시 우연히 학교 벽에 붙은 시세이도 구인광고 사진에 반해 입사 신청서를 낸 야시로 사장은 입사 초기 스킨케어 부터 마스카라 까지 화장품을 얼굴에 직접 바르며 여성의 아름다움을 향한 욕구를 체험했던 영업판매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의 주체인 ‘여자’에 대해서는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수 많은 여성 판매 사원들에게 둘러싸여 일해왔지만 미묘하고 복잡한 여성 심리를 정확히 읽고 제대로 관리하는 데는 30년도 짧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다.
야시로 사장의 일상 업무는 타 업종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화장품이란 제품의 특성에 맞는 마케팅과 지점 영업매장에 대한 종합 관리도 다른 영업부서와 비슷하다. 그러나 그의 관리 부문엔 시세이도‘뷰티 컨설턴트(BC)’라는 특이한 항목이있다.
BC는 그저 제품을 파는 일반 판매 여직원과는 다르다. 외적인 아름다움은 물론 내적인 교양미까지 연출하는세련된 매너와 짜임새 있는 제품설명, 고객을 끄는 매력적인 인간미 등 3박자를 골고루 갖춰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에게 브랜드의 신뢰감을 줄 수있기 때문이다.
야시로 사장이 고객과의 접점인 BC에 대한 철저한 교육에 많은 신경을 쓰는 이유다.
내 년 시세이도 창립 130주년을 앞두고 지난 달 서울 압구정동 한 복판에 수입업체로는처음으로 뷰티숍 ‘시세이도 하우스’ 를 연 야시로 사장은 메이크업의 계절인 가을을 맞아 분주하다.
특히 최근 실시한 제품 인지도 조사결과, 주고객이 중년여성으로 나온데다 고가품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20대 젊은 세대들에게는 인기도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해 세계 100대 화장품 업체 중 매출 4위(약 53억달러)를 기록한 명성에 비하면 다소 의외의 조사 결과다.
그래서 그의 각오는 더욱 뜨겁다. “앞으로 젊은 브랜드 이미지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대외 마케팅을 해나갈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5년 내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베스트 3위에 등극할 수 있을 겁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어떤사람
출생:1948년 일본 도쿄 출생
학력:요코하마 시립대 상학부
경력:㈜시세이도(資生堂) 입사(72) 도쿄 코스메틱 판매영업/시세이도 도쿄 및 에히메, 사이타마 지사장/ 시세이도 아시아퍼시픽 프로젝트 실장/ ㈜한국시세이도 대표이사 취임(2000.12)
특이사항:고교ㆍ대학시절 럭비로 단련된 튼튼한 상체근육
취미:골프 (최근 주말업무로 연습할 시간이 없는 것이 아쉬움)
여성의 아름다움은?:자기주장이 있고 자신 특유의 라이프 스타일을 꾸밀 줄 아는 자신감
시세이도 이미지에 가장 어울리는 한국여성은?:SBS사극 ‘여인천하’의 전인화
가을 추천서:일본 유명 작가 시바료타로가 쓴 에도시대 소설‘용마(龍馬)가 간다’
가족:일본에 살고있는 뷰티 컨설턴트 출신 부인과 아들 1명
■ 나의 키워드
“큰 경영이란 그릇이 깨지지 않게 조화롭게 이끌어 가는 것이다”
여성의 적(敵)은 남성보단 여성이다.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경쟁심리는 무서울 정도다. 화장을 하는 것도남성을 위한 배려라기 보다는 서로 예뻐 보이려는 경쟁심리에서 출발한다.
회사에서 여성직원들을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근시안적으로 경쟁심리를 유발하면 결국 큰 그릇만 깨지기 십상이다. 경쟁심리를 촉발하기 보단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큰 경영이다.
“화장품 영업이란 물건을 파는 것(실적) 보단 신뢰감을 전달해 주는 작업이다”
영업은 현장감이 중요하다. 고객의 요구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선 영업전선에서 고객의 소리를 청취하고 고객 입장이 돼 봐야 비로소 알 수 있다. 시세이도에선 현장이란 곧 매장이다. 그 매장을 대표하는 뷰티 컨설턴트(BC)는 회사의 얼굴이다.
그들에겐 영업실적 보단 신뢰감이 곧 영업이다. 고객의 기분과 심리를 맞추는 것과 미용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고객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신뢰감, 인간미를 우선적으로 갖출 때 나머지 것들이 따라온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어야 한다”
한 회사의 기업문화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130년 역사와 전통을 가진 시세이도 브랜드가 만들어지기까진 뛰어난 제품력을 위한 끊임없는 연구투자(R&D)와 뷰티 컨설턴트(관리), 모든 제품이 완성도에 이를수 있도록 하는 시세이도만의 기업문화가 있었다. 한번 고객이 되면 영원한 고객으로 잡을 수 있도록 제품에 정성과 혼이 담겨져야 한다.
■시세이도 어떤 회사인가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資生堂)는 1872년 일본 도쿄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해군병원 약국장을 지낸 창업자 후쿠하라 유신이 일본 도쿄 긴자(銀座)에 세운 일본 최초의 서양식 조제약국에서 출발했다.
서양의학과 동양의 한방을 융합,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ㆍ보급하겠다는 기업철학으로 만든 약국이었다. 중국 고전 역경(易經)의 ‘至哉坤元 萬物資生 乃順承天 (대지의 덕에 의해 모든 사물은 생성된다)’에서 기업 이름을 따 왔다.
만물의 근원인 자연자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 인간을 아름다움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것이 129년 역사의 시세이도 정신. 화장수인 ‘오이데루민(그리스어로 좋은 피부란 뜻)’ 발매를 계기로 화장품 제조판매업체로 발전했다.
1957년 대만시장 진출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와 유럽, 미국, 남태평양 국가 등 전세계 60여개국에 진출한 시세이도는 고품질, 탁월한 이미지, 뛰어난 서비스 등 3H 정책으로 고품격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1980년 화장품업계의 본고장 프랑스에 처음 진출한 이 회사는 건강하고 아름답게 나이를 더해가는 ‘그레이스풀 에이징(Graceful Ageing)’을 목표로 노화방지제품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설립한 MGH와 일본, 유럽 등 전세계에 10여 개의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1997년 ㈜한국시세이도를 설립했으며 2월 대상과 공동으로 국내 중저가 화장품 판매 업체인 S&D를 설립, 슈퍼 등 체인점 판매에도 진출했다. 또 생활건강 사업 부문인 FT시세이도를 통해서는 고급 샴푸 등 헤어케어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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