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수입철강제품(판재류)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산업피해' 판정은 가뜩이나 냉랭한 세계경제 기류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다.이번 판정이 예상대로 긴급수입제한조치로 이어진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당장 우리 철강업계에 미칠 타격도 발등의 불이지만 국제적철강전쟁, 나아가 세계적 보호무역 대전을 촉발시킬 것이 더 큰 걱정이다.
미국의 국수적 관점에서 본다면 ITC의 결정은 나름대로 절박한 사유가 있음을 이해한다.
자국 업체들이 쓰러지는 판국에 수입제한이 아니라 금지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국가라면 그에 대한 대책도 수범적이어야 마땅하다.
우선 미국은 자국 철강산업이 왜 죽을 쑤는지 자성해야 한다.
수출국들의 불공정 무역관행 때문이라 우기기에는 근거가 미약하다. 이는 미국이 한국산 철강파이프에 대해 취한 긴급수입제한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위반으로 결론이 난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 철강산업 위기가 단순히 수입급증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외국에 대해 자유무역을 압박해온 미국의 시장주의가 당연히 감수해야 할 몫이다.
미국업체들의 경쟁력 상실이 내부 모럴 해저드에서 비롯된 것이니 먼저 자체적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는 수출국들의 이구동성의 지적을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작금의 세계 철강업계는 생산과잉으로 동병상련의 입장일 뿐 미국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자간 협의에 의한 건설적 해결책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미국에 바라는 것이 바로 그런 지도력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 시국에 미국이 힘의 논리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보호무역 전쟁을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되돌릴 수 없는 파국에 빠지는 것은 미국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입제한조치의 최종 발동권한을 가진 부시 대통령은 무엇이 진정한 국익과 세계경제를 위한 것인지 냉철히 분별해야 한다. 그 자신 최근 아ㆍ태 정상회담에서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를 우려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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