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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문학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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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문학의 충돌

입력
200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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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소설 '이방인'은 한 방의 총성처럼 날카로운 독후감을 남긴다.주인공인 프랑스 청년 뫼르소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별다른 동기나 죄의식도 없이 아랍인을 총 쏘아 살해한 후 사형선고를 담담하게 받아 들이는 줄거리다.

사회에서 소외된 20세기 중반 젊은이의 반항적이고 공허한 초상이 감상적으로 전해진다. 젊었을 때의 독후감이었다.

이런 독서법은 1970년대 말 백기완씨의 '딸에게 주는 편지' 를 읽으며 뿌리째 흔들린다.

주인공은 사형선고를 받고도 식민지 민족의 저항에서 정신의 불을 붙여온 것이 아니라 허깨비 같은 자의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태양 광선이 눈 부셨기 때문에' 총을 쏠 만큼 이슬람 사람을 하찮게 여겼던 뫼르소의 의식에는 식민지 지배국민의 우월감과 피지배국민에 대한 천시가 만연해 있던 셈이다. 부조리 철학의 작가 카뮈가 지닌 한계다.

아랍인과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을 지닌 유명 작가는 적지 않다.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 나이폴은 여러 글에서 이슬람 교도들을 '흑인 아랍놈' 이라고 부르며 미개인처럼 대했다는 점이 새삼 놀라울 뿐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그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태어난 영국 작가다. 살만 루시디 역시 영국인 아버지와 가정부 출신인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영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소설 '악마의 시' 는 이슬람교를 모독한 혐의로 작가가 처형 위협에 놓이면서 세계적 대사건이 되었다.

'악마의 시' 는 아랍인과 비(非)아랍인의 대결로 시작하는 도입부부터 섬뜩하다. 4명의 아랍인이 납치한 비행기가 공중폭파되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승객 중 두 명이 살아 남는다. 한 명은 후광을 거느린 대천사가 되고 또 한 명은 뿔이 돋고 염소 다리를 가진 악마가 되어, 소설을 복잡한 구조로 이끌어 간다.

아랍인이 분노하는 것은 특히 제2장 '마훈드' 인데, 이 부분은 차라리 조롱이나 능멸이다.

'마훈드'는 유럽에서 예언자 무하마드를 모욕적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아예 악마를 뜻하기도 한다.

왜 아랍인은 한 편의 문학 작품을 놓고 그렇게 분노하는가. 이슬람교는 아랍인의 종교일 뿐더러 민족적 자긍심을 느끼는 삶의 방식이다.

서구 독자를 겨냥한 식민지 종주국 출신 작가의 이런 작품들은 이슬람교의 권위를 조롱하고 기이하게 비틈으로써 서구 쪽에 아첨하고 있다.

그것은 과거 식민지 국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급기야는 헌팅턴 식 문명충돌론적 세계인식의 밑그림과 자양분이 되고 있다. 그 위험한 문학지도는 현재진행형이다.

작가 뿐이 아니다. 정치인에 이르면 병리적 징후가 더 심해진다. 최근 방한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에게서 "진심으로 반성과 사죄의 마음을 가지며…" 이상의 수사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일본내 보수우익을 겨냥한 고이즈미의 기이한 표정과 언행 뒤에는, 과거 제국주의적 식민지 지도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 과거사를 제도적으로 사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런 흔적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한 역사는 되풀이 될 가능성을 예감하기 때문이다.

지루해 보이는 우리의 친일문학 논쟁도 역사의 반복 가능성과 기회주의에 대한 사전 경계라는 점에서 이해되지 않으면 안 된다.

제국주의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는 세력은 마음 속에 식민지지도를 품고 세계를 바라본다. 헌팅턴 식의 문명충돌 단계 이전에, 식민지 종주국과 피지배국 간의 정서적ㆍ문화적 대립은 아직도 극복되지 않았다.

박래부 심의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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