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늑장대응이 동료들을 숨지게 했다.”미국 의사당에 배달된 탄저균 편지를 처리한 워싱턴 우체국 직원 2명이 호흡기 탄저병에 감염된 데 이어 또 다른 2명이 탄저병 유사 증세로 사망하자 우체국 직원들은 분노와 충격에 싸였다. 언론들도 정부 당국이 치명적인 시행착오를 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은22일 “워싱턴시의 브렌트우드 중앙우편처리센터 직원 2명이 탄저병 증세로 치료 받다 숨졌으며 탄저병이 사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존 포터워싱턴 우체국장은 “사망자들이 탄저병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매우 큰 상태”라며 “2,200여 전직원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조사중이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15일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 총무에게 탄저균 가루가 든 편지가 배달된 이후 의사당에만 신경을 썼을 뿐 정작 이 편지가 거쳐간 우체국에 대한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우체국 직원들이 감염을 우려하자 우체국측은 18일 “대슐 의원에게 배달된 편지에 들어있던 탄저균이 이곳에서 노출됐을 가능성은 없다”는 기자회견을 문제의 브렌트우드 중앙우편처리센터에서 열기도 했다. 조사결과 이 곳은 탄저균에 오염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곳에 대한 당국의주의가 전무했던 탓에 숨진 직원 2명은 발병 초기 병원에서 감기 치료만을 받다가 치료시기를 놓친 것으로 밝혀져 우체국 직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있다. 이 때문에 그 날 회견에 참석한 기자들도 감염여부를 조사 받기 위해 뒤늦게 병원으로 달려가는 소동이 빚어졌다.
또 우체국 직원들에대한 감염 여부 조사도 20일 직원 1명이 호흡기 탄저병에 감염된 이후 시작됐다. 우체국 직원 조안 위트필드는 “당시 바로 진찰을 받고 항생제를 복용토록 했으면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패트리샤 존슨 워싱턴 체신노조위원장은 “탄저균에 희생됐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국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당국이 3곳에 대한 탄저균 편지의 발신지인 뉴저지주 트렌튼 우체국에 대한 집중수사를 펴면서도 워싱턴의 우편처리센터가 수사의 사각이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들이다. 이에 대해 데보라 윌하이트 워싱턴 우체국 부국장은 “우리는 별로 치명적이지 않은 피부 탄저균이므로 동요할 필요가 없다는 질병예방통제센터(CDC)의 권고에 따랐을 뿐”이라며 “초동조치가 잘못 됐음을 부인하지 않겠다”고말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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