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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수입철강 산업피해판정 파장…세계철강시장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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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수입철강 산업피해판정 파장…세계철강시장에 '직격탄'

입력
2001.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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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無限) 철강전쟁 신호탄인가, 국제 철강설비 감산 압박용인가.”23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산업피해 판정이 세계 철강업계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올 것이 왔다’면서도 피해판정 16개 품목 대다수가 우리의 대미 수출 주력품목 이어서 긴장하고 있다.

▽판재류 직격탄

이번 조사는 1997년이후 미국내 26개 철강회사가 파산보호 신청을 하고 이 가운데 23개사가 파산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려 온 데다 최근 미국 3위 철강업체인 베들레힘스틸까지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의회를 중심으로 거센 수입규제 압력을 받게 되자 지난 6월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

피해판정 16개 품목 가운데 슬래브 후판 열연ㆍ냉연강판 등 6개가 판재류.

판재류는 지난해 우리의 대미 철강제품 수출총액(12억5,500만달러)의 60.5%에 이르는 피해품목 가운데 63.3%(4억8,100만달러)에 달해 동부제강과 포항제철, 하이스코, 연합철강 등 국내 냉연업계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포항제철이 미 유에스스틸과 현지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UPI사에 공급하는 열연코일 70만~80여만톤(2억700만달러)이 이번 피해판정 품목에 포함돼, 최종판결에 따라 상당한 타격이 우려된다.

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ITC가 피해판정 품목분류를 미 업계가 주장하던 판재 봉형강 강관 스테인리스 등 4개 대분류가 아닌 33개 품목별 소분류안을 채택해 규제의 폭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또 포철의 열연코일 역시 합작사에 중간소재로 공급하는 것이어서 미 국내 철강업계에 미치는 직접적인 피해가 없고, 합작 파트너인 유에스스틸 토마스 어셔 회장이 미 철강협회 회장인 만큼 최종 피해품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의 결정에 달렸다

ITC 판정이 우리에게 미칠 파장은 내년 2월18일 부시 미 대통령의 구제조치 결정에 달려 있다.

산자부 안현호 기초소재산업과장은“최종 결정은 직접적인 수입규제와 자국업계 보조금, 국제 과잉설비 감산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내용이 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즉 품목에 따라수입물량 규제(쿼터제)와 관세할당 등 구제조치는 물론이고 자국 업계의 ‘레거시 코스트(Legacy-Costㆍ퇴직 직원의 연금 보험 부담금)’정부지원 요구를 수용하는 명분으로 이번 조치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미국 행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 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철강수출국의 과잉설비 감축 압박용이 될 공산도 크다는 게 산자부 예상이다.

이 같은 분석에 따른다면 최악의 경우 최대 철강시장인 미국 시장 위축과EU의 자국시장 보호조치(세이프가드)에 이은 세계철강대전으로 귀결될 수도 있고, 일부 품목 수입규제와 미 업계의 정부보조 확대, 철강 감산으로 이어져 제한적인 타격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냉연제품의 경우 ‘통상법 201조’조치와 별개로 미 업계가 대다수 제품에 대해 반덤핑 제소를 해 둔 상태여서 어떤 식으로든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게 산자부 전망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국내업계 반응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수입철강에 무더기 산업피해 판정을 내린 데 대해 국내 철강업계는 당혹스러워하면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포항제철과 동부제강 동국제강 연합철강 현대하이스코 등 국내 업계는 앞으로 여러 단계의 협상과 구제절차가 남아 있어 수입제한조치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한가닥 희망을 걸면서도 이번 판정으로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했다.

한국철강협회는 23일 성명을 통해 “미국내 철강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수입철강 책임으로 돌리려는 것은 부당하다”며 “이는 ITC가 수입철강에 대한 이중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미국이 주장하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성우(金成羽) 통상팀장은 “이번 판정으로 미국 시장의 문턱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오는 12월19일 구제조치 건의단계 이전까지 정부와 협의아래 EU 및 일본과 공조해 적절한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 철강의 60%가 반덤핑 등 각종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 미국이 98년 기준으로 판정해 수입쿼터제를 적용할 경우 한해 냉연강판 40만톤, 철근 16만톤, 강관 15만톤, 형강 11만톤 등 총 100만톤의 수출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포철 관계자는 “이번 판정에 냉연강판은 물론, 열연강판(핫코일)까지 포함된 것은 의외”라며 “물량규제나 고율의 관세 등 직접 피해는 차치하고라도 이번 조치로 미국 시장에 들어가지 못한 철강재들이 제3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가뜩이나 한계상황까지 떨어진 국제 철강재가격이 더 떨어져 철강업계의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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