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달중순 이슬람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동안에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을 내비치자 이슬람권 국가들이 일제히 발끈하고 있다.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부장관은 22일 전황 브리핑에서 “역사를 돌이켜보면 이슬람 국가들이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각종 축제 기간에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다른 나라들과 싸운 예가 수두룩하며 그것이 역사적으로 금지된적도 없다”고 말했다. 럼스펠드 장관의 발언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이날 CNN과의 회견에서“라마단까지 군사공격이 계속되면 이슬람권의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한 데대한 답변으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사아를 비롯,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등의 비교적 온건했던 이슬람 집단들 마저 심상찮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라마단 기간 동안의 공격은 지금껏 잠복해왔던 이슬람권의 분노를 분출시키고, 테러와의 전쟁을 일시에 종교간 전쟁으로 비화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르고 있다.
하산 위라유다 인도네시아 외무부 장관은 “미국의 공격이 라마단까지 지속되면 이슬람권의 감정이 폭발, 강력한 저항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카르타 이슬람연구소의 아지우마르디 아즈라 소장은 “전세계 이슬람교도들의 뇌리에는 과거 예언자들이 지하드(聖戰)를 통해 이교도들을 물리쳤던 장면이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말레이시아 야당의 하타 모흐드 람리 당수는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극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마단은 이슬람 력으로 9번째 달로 다음달 16일께부터 한달간이다. 이 기간동안 코란이 적은 대로 일출부터 일몰시까지 일체의 음식, 음료, 오락, 성관계 등을 금하며 전쟁도 중단하는게 관례이다. 단 이슬람 형제국을 지키기 위한 전쟁은 허용된다. 이 경우에도 이슬람 전사는 금식을 한 채 싸워야 한다. 이 같은 이슬람권의 분위기로 미뤄 미국의 1차 공격 시한은 사실상 라마단 이전까지로 결정됐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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