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프레도 호리에 제일은행장이 전격 사퇴했다.은행장 교체는 흔한 일이지만, 이번 경우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 후 해외 매각된 첫 시중은행이고, 그 동안 금융당국과 적지 않은 마찰을 빚어왔다는 점에서 사퇴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리에 행장의 사퇴는 올해 이루어진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한 1,000억원 규모의 신규 지원이 부실화한데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명쾌한 설명이 안 된다.
상당 수의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반발로 해석하고 있다. 정부의 '신 관치 금융'에 대한 항의라는 것이다.
금융 정책에 대한 각종 '협조' 요청을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하이닉스반도체 지원을 문제로 삼은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금융당국과의 갈등에서 외국인 투자자로서의 확실한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금융기관의 상시 구조조정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호리에 행장의 사임은 적잖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우선 자신들 이익에 치중할 경우 경제 전반을 고려한 금융정책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제일은행을 싸게 매각하면서 정부가 내세웠던 선진 금융기법의 도입이 과연 무엇인지를 새삼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제일은행에는 공적 자금이 얼마나 더 투입될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제일은행장 사임의 원인과 파장 등을 철저히 분석해 서울은행 등 앞으로 금융기관의 매각에 참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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