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ㆍ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3,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본격화한 이래 가장 큰 적자규모다.삼성전자는 22일 ‘3ㆍ4분기 경영실적’을 발표,반도체ㆍ정보통신ㆍ디지털미디어ㆍ가전 부문에서 총 7조2,300억의 매출과 18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8조원)에 비해10% 가량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분기(6,000억원)보다 97%나 격감, 세계경기 침체속에 수익구조가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이미 2차례에 걸쳐 2조2,000억원을 삭감했던 설비투자 규모를 4,000억원 추가 축소키로했다.연말배당은 3,000원(500원 중간배당 포함)선으로 정했다.
■ 예상보다 큰 반도체 적자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1조6,000억원 매출에 3,800억원의 적자를 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23%로, 1,000원 판매 때마다 230원씩 손해를 봤다.지난 분기 120원의 이익을 남겼던 점을 감안하면 한 분기만에 35%나 수익이 악화한 셈이다.
당초 시장에선 삼성전자의반도체 적자폭이 2,5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고가제품인 램버스 D램이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를 제외한 일반 D램의매출액 영업이익률이 50% 안팎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적자폭은 예상보다 훨씬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반도체 제품에 소폭이나마 ‘삼성전자프레미엄’이 붙어있었지만 3ㆍ4분기 이후엔 이 프레미엄이 없어져 타사제품과의 가격차이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 휴대폰의 선전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진에도 불구, 전체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정보통신 부문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휴대폰 매출호조로 정보통신에서 2ㆍ4분기(3,000억원흑자)보다도 많은 3,600억원의 흑자를 냈다. 디지털TV와 DVD 등 디지털 미디어와 생활가전에서도 소폭이나마 각각 200억원, 1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 삼성전자의 선택
삼성전자의 적자반전으로 세계 D램업체들은 모두 적자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마이크론 인피니온 하이닉스 등 다른 메이저 업체들에 비하면 여건이 나은데다, 현금도2조3,000억원 가량 비축해놓고 있어 감산(減産)카드는 쓰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버티기 게임’이 시작된 만큼, 정면돌파로 시장구도를 재편한다는 구상이다. 0.12㎛ 회로선폭도 예정대로 연 말부터는 적용키로 했다.
대신 당초 6조6,000억원에서5조4,000억원→4조4,000억원으로 축소했던 반도체 투자규모를 4조원대로 다시 삭감키로 했다.
삼성 관계자는 “가격이 호전되고 있는 램버스생산량을 현재의 700만개에서 1,000만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TFT-LCD도 9월 이후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이 회복되고 있다”고말했다.
하지만 테러사태 여파로 연말특수가 배제되고, 윈도우XP의 256메가 D램 수요촉발효과가 난망한 상태에서 4ㆍ4분기에도 별다른 개선요인은 발견되지 않는다. 한국투신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4ㆍ4분기 실적은 3ㆍ4분기보다 약간 좋아지거나 보합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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