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탄저균 테러 공포가 확산되던 즈음 부시 대통령은 이 것도 빈 라덴의 소행으로 본다고 말했다.비록 확증은 아직 없다고 전제했지만, 뉴욕 테러의 충격이 여전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전문가와 언론은 생물학 테러의 가공할 위협을 소개, 빈 라덴의 이미지에 악마성을 덧칠했다.
처음 언론사에 집중된 탄저균 우편물이 의회 등에도 배달되자 의심은 정설로 굳어졌고, 전 세계가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탄저균 우편물이 대량 인명살상을 노린 본격 테러인가는 의심되는 구석이 많았다.
처음 감염된 사람이 사망했지만, 발견된 균은 병원 실험실용으로 생물학 무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피해도 피부 발진을 일으키는 정도로 항생제로 쉽게 치료됐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과 전문가는 공포를 진정시키기보다는 빈 라덴 조직이 북한 이라크러시아 등에서 탄저균을 입수했다고 떠들었다.
아프간 수도 카불의 국제 적십자사 병원에 있는 검사용 탄저균을 무기 수준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제 탄저균 테러는 인종 갈등을 조장하려는 미국극우 세력의 소행으로 드러나고 있다. FBI 수사 결과 그동안 발견된 탄저균은 모두 미국에서만 생성, 배양되는 변종이었다. 또 언론사를 집중표적 삼은 점으로 미뤄 실제 살상보다는 선전 효과를 노린 범행으로 풀이됐다.
FBI는 특히 표적에 포함된 톰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가 극우세력 규제를 외쳐 온 사실을 근거로 이들에 대한 혐의를 굳혔다고 한다. 물론 수사 실책도 시인했다.
■FBI는 탄저균 우편물들이 발송된 뉴저지주 트렌턴을 중심으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어 곧 범인이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범인들은 '빈 라덴 공포'를 노리고 이 곳을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죽은 테러범들이 살던 곳에서 탄저균이 발송된 사실을 곧장 빈 라덴과 연결시킨 실책을 제대로 설명하지는 못한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수백건의 탄저균 우편물 및 거짓 협박 사건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를 당국과 언론 모두 외면한 이유가 궁금하다.
강병태 논설위원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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