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시장이 불황이라고는 해도한 달이면 60~70여 편이 출시된다. 그중 가장 마음에 남는 영화를 한편만 고르라면?지난 달에는 린 스톱케비치의 ‘딥 리버’, 이 달에는 커티스헨슨의 ‘원더 보이즈’를 꼽겠다.
하얀 입김이 손에 잡힐듯한 초겨울 아침과 눈 내리는 겨울 주말 풍경 묘사가 선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하지 않지만, 싸늘한 계절묘사에 드리운 인간 내면탐구가 더 큰 정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음을 고백해야겠다
. 묘하게도 두 작품을 보고난 후, 리안 감독의 ‘아이스스톰’을 다시 보고 싶어지는 것도 공통된 반응이다.
‘베드룸 윈도우’ ‘요람을 흔드는 손’ ‘리버 와일드’와 같은 작은 심리 스릴러물을 선보였던 커티스 핸슨 감독은 1997년 ‘L.A 컨피덴셜’로 깜짝 놀라게 했다.
제임스 얼로이의 방대하고 복잡한 소설 원작에 비하면 왜소한 영화라는 반응도 있지만, ‘필름 느와르’의 전통을 되살린 ‘네오 느와르’의 걸작이라는 칭찬을 더 많이들었다.
이같은 평가가 과하지 않음을 증명하는 작품이 2000년 ‘원더 보이즈’(Wonder Boysㆍ12세ㆍ워너브라더스)다.
무엇보다 놀라운점은 ‘원더 보이즈’가 코미디라는 사실이다. 우리식 분류로는 드라마가 되겠지만 다 보고 나면 코미디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
피츠버그의 영문학 교수 그래디가 문학축제가 열리는 주말, 갖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자신의 딜레마를 확인하고 그것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주변 사람, 사건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아내는 떠났고, 연인은 임신을 알리며, 영특한 제자는 거짓말을 일삼고, 여제자는 유혹한다.
그래디는 7년째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눈 먼 개, 마릴린 먼로의 결혼 의상 같은 상징이 끼어 든다.
마이클 더글라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토비 맥과이어, 프란시스 멕도먼드의 연기가 고르게 빼어나다.
밥 딜런이 부른 주제곡 ‘Things HaveChanged’도 아카데미 주제가상 후보에 올랐었다.
/비디오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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