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테러다."개봉(13일) 첫 주말 관객 3,800명과 1만 8,700명. '나비'와 '고양이를 부탁해'의 기록을 보고 한 영화인은 이렇게 외쳤다.
로카르노영화제 여우 주연상('나비')도, '의미있고 산뜻한 영화'('고양이…')라는 언론의 찬사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관객은 여전히 '조폭 마누라'와 '킬러들의 수다'에 몰려 21일 두 영화는 각각 400만 명, 100만 명을 돌파했다.
관객이 없자 '나비'는 이틀 만에 상영관이 25개에서 2개로, '고양이를 부탁해'는 일주일 만에 48개에서 역시 2개로 줄었다.
"과거에도 이러지는 않았다. 이 정도 언론에서 주목을 해 주면 7만 명 정도는 봤다. 그런데 이제는 설 자리조차 없다"며 한숨짓는 '고양이를…'의 제작자 오기민씨.
그는 비슷한 영화를 준비하는 제작자들에게 미안해 했다. 투자자들이 "고양이를 봐라"며 투자를 외면할까 두렵다.
영화를 한 번 웃고 마는 1회용 오락상품으로 소비하는 관객, 그것을 위해 유통망을 장악한 몇몇 배급사, 손님이 적으면 곧바로 간판을 내려 버리는 극장.
이런 현실이 예술 영화를 죽이고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위축시키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 풍부한 자본과 큰 시장을 가지게 된 한국 영화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이렇게 균형 감각을 잃었다.
그래서 어느 날 볼 것이 없게 될 때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관객일 수밖에 없다.
우리 문화 전반에 만연한 상업주의와 시장 논리가 영화를 문화와 예술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그것이 안타까운 네티즌들은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
"고양이와 나비를 살려 주세요."
/이대현 문화과학부 차장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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