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2일 제주경찰청의 정보문건 유출과 관련한 경찰의 제주도지부 압수수색을 야당탄압이자 정치적 폭거라며 격렬히 반발하고, 민주당이 문건 유출을 한나라당과 경찰 프락치(문건 작성자인 임건돈 경사)가 공모한 사건이라고 맞받아치는 등 폭로전에서 비롯된 여야대치가 심화하고 있다.이러한 가운데 제주지법은 임 경사와 한나라당 제주지부 조직부장에 대해 제주 경찰청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자을 기각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긴급 당 3역회의, 총재단회의, 의원ㆍ지구당위원장 규탄대회를 잇달아 열어 “야당 도지부 압수수색은 청와대ㆍ민주당ㆍ검찰ㆍ경찰이 조직적으로 벌인 야당탄압 행위”라고 주장하며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과 유봉안(柳奉安) 제주경찰청장의 즉각 해임,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 장관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이날 김용환(金龍煥)ㆍ강창희(姜昌熙) 의원 입당 환영식에서 “지금 우리 정치는 극단적인 막판 대결 양상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 당 의원의 대정부 질문을 트집 잡아 도지부를 압수수색하는 작태를 보이는 이 정권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 소속 의원들을 제주도로 보내 진상조사에나서는 한편,국회에서 이 문제를 따지기 위해 행자위 및 법사위를 소집하고 청와대 항의방문을 검토키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제주도지부 압수수색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른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한나라당의 야당탄압 주장을 일축했다.
민주당은 문건이 한나라당과 경찰 프락치의 사전 공모에 의해 주문생산됐다며 문건유출 사건을 한나라당의 경찰 프락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제주경찰청의 임건돈 경사가 문서 재작성이라는 모험을 한 데는 특별한 커넥션이나 유ㆍ무형의 대가제공 약속 등 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야당의 매수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제주지법 심우용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경찰 정보보고를 공모해 유출한 혐의로 임건돈 제주경찰서 정보계 경사와 김견택 한나라당 제주지부 조직부장에 대해 제주경찰청이 신청한 구속영자을 기각했다.
심 판사는 "임 경사의 문건 전달은 관행적인 정보 교환으로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되지 않고 피의자들의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도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변호를 맡은 김승석 변호사는 "유출 문건은 김홍일 의원이 여름휴가차 제주에 와서 숙박한 사실을 간략하게 기록한 단순 보고자료인 데다 문서번호 작성자 등이 기록돼있지 않아 공공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소명을 받아 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 문건이 공공기록물임을 입증해줄 수 있는 자료 확보에 주력하고 수사도 계속할 방침"이라며 "영장 재신청 여부는 수사 진행 상황을 보아 가며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영장기각에 대해 한나라당은 "무리한 영장청구임이 입증됐으며 어떻나 구실로도 사건을 호도하는게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경찰은 이날 새벽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청년진보당 제주지부 창당 일정' '국회의원 내도일정' '경찰 인사발령'등 3건의 문건을 추가로 찾아냈다.경찰은 그러나 임경사가 김 부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김홍일 의원 제주 동정보고서' '대학생 동정' '정부비방 유인물 관련 보고서 1·2'등 4건의 문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제주=김재하기자
■ 자민련 "野에도 정보줘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22일 “경찰은 국가경찰이지 여당경찰이 아니다”며 “기밀이 아닌 바에야 야당에도 필요한 정보는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며 한나라당을 두둔했다.
정진석(鄭鎭碩) 대변인도 논평에서 “경찰이 야당 지구당 간부를 긴급체포하고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것은 정당활동을 짓밟는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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