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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13억中國 내수, 6,000만명이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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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 13억中國 내수, 6,000만명이 주도

입력
2001.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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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1 위안(元ㆍ한화 160원)으로 아침식사를 때우는 서민들이 있는가 하면, 백화점에선 한 벌에1만5,000 위안(240만원)이 넘는 고급 양복이 불티나게 팔리는 사회입니다.”가족과 함께 중국에온 지 만 1년6개월이 된 ‘칭다오(靑島)고합’의 이성래(李成來ㆍ50)사장에게 중국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사회’다.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의 대표적인 외자기업인 칭다오고합의 월 평균임금은 고졸자 600위안, 대졸자 1,300위안. 한국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저임금이지만 주변의 토착기업들에 비해서는20% 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나마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의 수입이 이 정도인데 백화점 매장에선 월 임금의 열 배, 스무 배 하는 상품들이버젓이 팔려나가고 있다. ‘평균소득’만으로는 도저히 설명을 하기 힘든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에 눈을 뜬 중국 상류층

실제로 산둥반도 남단에위치한 이 소도시(칭다오)에는 백화점마다 샤넬이니 프라다니 루이비통이니 하는 명품 브랜드숍이 즐비하고, 번화가에선 벤츠나 BMW를 굴리는 토착민을흔히 볼 수 있다. 조선족 출신 관광가이드는 “합작 형태로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뷰익’이나 ‘아우디’ 쯤은 요즘 고급 승용차 축에도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칭다오의 해안을 끼고도는 순환도로 ‘둥하이루(東海路)’를 가다 보면 도로 주변으로 유럽의 저택을 연상케하는 고급 빌라들이 자주 눈에 띈다. 전망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고급주택이 둥지를 트고 있거나 골조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현지 부동산중개업자들에따르면 비싼 집은 우리 돈으로 10억~15억원 선. 그마저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해상 스포츠가 이 곳에서 열릴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 등지의 외지인들이 완공도 되기 전에 싹쓸이를 해버린 상태다.

현지의 한 기업인은 “법적으로 주택 소유에 제한이없기 때문에 고급빌라를 10여 채 이상씩 갖고 있는 부유층도 많다” 며 “은행 금리가 2% 안팎으로 매우 낮은 상태라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중국의 부자들에게부동산이 안정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등으로 떼돈을 번 ‘추푸(猝富)’들이 중국에선 더 이상 배척대상이 아니다. 너도나도 악착같이 돈을 모아 라오바이싱(老百姓ㆍ서민)의 신분을 탈출하기를 꿈꾸고, 마음대로 돈을 쓰는 추푸가 되기를 소원하고있다. 노력하면 충분히 잘 살 수 있으며, 능력에 따라 억만장자도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국민들의 신념이다.

과거 같으면 관직을 주로 지원했던 명문대 우수학생들이 회사 취업이나 창업을 선택하는것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 최대의 인터넷 서비스공급업체 CIBN이 올해 대졸 초임의 월 보수를 일반기업의 5~6배에 달하는6,000 위안으로 책정, 공채를 한 결과 베이징대 칭화(淸華)대 등 명문대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경쟁률이 무려 50대 1에 달했다.

이 회사왕핑(王平ㆍ42) 사장은 “하루에한 자리에서 무려 480명까지 면접한 적이 있다”며 “지원자마다 주식시장 상장계획이나 스톡옵션 조건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올 정도로 요즘 젊은이들사이에 부(富)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졌다”고 말했다.

자본주의의 거센 물결은이제 중국의 부자들에게 소비의 단 맛을 일깨워 주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연간소득 6만 위안 이상의 고소득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베이징시의 경우 고소득가구 중 4분의 1 이상이 자가용을 소유하고 있고주택과 전화, 휴대폰, 컴퓨터의 소유 비율이 베이징시 전체 평균보다 4~5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지고 있는 만큼 소비한다는 얘기다.베이징에서 만난 한 조선족 사업가는 “행색은 비록 부랑인처럼남루하게 하고 다녀도 집안 금고 속에 온갖 금은보화를 감춰두고 있는 것이 중국인의 특성이다. 하지만이젠 세련된 양장 차림에 지갑 속엔 빳빳한 인민폐를 하나 가득 채워놓고 다니는 부유층을 흔히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은 이제 버는 것 못지않게 쓰는데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고소득층을 공략하라

중국의 2000년도1인당 국민소득은 840달러. 하지만 ‘소비시장’으로서 중국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평균’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견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막대한 부를 축적한 고소득계층을 13억 중국 인구의 5% 정도로만 봐도 우리 전체 인구보다도 많은 6,000만 명에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부수입을 제외하고 순수 연봉만 100만 위안 이상을 받는 인구만 현재100만 명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 경제가 경제성장에 따른 개인소득의 증대→내수시장확대→공장가동률 상승 및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경제성장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고소득층의 왕성한 씀씀이는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이끌어가는 선도자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의 상류층을 겨냥한 타깃마케팅에주력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朴勝祿) 기업연구센터소장은 “이제 중국시장에선 가격경쟁이 아니라 무엇보다 기술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확보할 필요가있다”며 “실질 구매력이 있는 고소득층을 겨냥해 수출품의 구조를 선진화하는 한편 모든 업종에서 고품질화, 고부가가치화 전략을 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칭다오·상하이=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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