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 31년만에 작품 공동작업원로극작가 차범석(77)과 연출가 임영웅, 배우 손 숙이 31년만에 뭉쳤다. 차범석의 등단 50주년 기념작 ‘그 여자의 작은 행복론’(30일부터 11월 25일까지 산울림소극장)에서다.
늘 가깝게 지낸 세 사람이지만 작품을 함께 한 것은 1970년 명동 국립극장시절 차범석의 대표작 ‘산불’로 만난 이후 처음이다.
차범석은 처음부터 주인공으로 “손 숙이 아니면 된다”고 강력 추천했지만 정작 손 숙은 망설였다.
파격적인 작품 내용 때문. 두 남편과 사별하고,전 남편이 다른 여자에게서 낳은 아들과 자신이 낳은 딸을 혼자 15년 넘게 키워온 윤정숙(손 숙)이 아들 종규(이찬영)에게서 젊은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종규의 아버지)를 느끼고 삶의 보람과 위로를 찾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엄마를 부담스러워하고 딸도 엄마를 멀리한다. 그녀는 극심한 절망에 빠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손 숙은 남편과의 관계로 인한 중년 여성의 고뇌는 여러 번 연기해 봤지만 이런 갈등은 처음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비쳐질 지 걱정이었지만 주변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결코 드물지않은 이야기더군요. 놀라웠습니다.”
그는 “반드시 연륜 있는 연출자가 맡아야 한다. 잘못 다루면 선정적일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임영웅은 이 작품의 결론을 “결국 가족구성원간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비극”이라고 말한다.
아들이 여자로서의 엄마의 삶을 조금만 이해했더라도 쓸데없는 공포를 갖지는 않았을 것이리라. 자식들은 뒤늦게 어머니의 진심을 깨닫지만 이미 어머니의 절망은 끝간 데 없다.
1951년 ‘별은 밤마다’로 데뷔한 이래 주로 대극장용 작품을 써왔던 차범석은 인생과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그윽한 내용, 특히 산울림 소극장에 어울릴 만한 것으로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도발적인 흥행작에만 골몰하는 소극장의 행태가 안타깝다”는 마음에서다.
임영웅도 “인생에 대한 작가의 통찰이 배어있는 작품이어서인지 차분하고 조용한 풀잎 소리가 나는것 같다”고 말했다. (02)334-5915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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